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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나우 등 현지 언론 일부는 SNS 생중계를 통해 이날 오전부터 야곤 시내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거리 행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군정에 반대하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불렀던 민중가요를 부르며 행진했다.
미얀마 양곤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과 미얀마 대학생이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투데이에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교민 A·B씨와 양곤대학교 학생 C씨 모두 2007년 벌어졌던 시위에서 현지 상황을 전했던 교민이 당국에 의해 추방당했다는 이야기나, 현지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군부의 시위참가자 처벌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 7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민 A씨는 2015년 군부의 지원을 받던 통합단결발전당(USDP)에서 아웅 산 수 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으로 정권이 이양되는 시기를 보냈다. A씨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처럼 NLD가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에선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군부의 쿠데타 등을 우려해) 다들 미얀마 밖으로 나가있었다. 지난해 총선 때는 NLD가 재집권하는 것이니 군부 개입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괜찮겠거니 했는데 결국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6~7일 벌어진 인터넷 접속 전면차단과 시위에 대해서도 현지 상황은 비교적 차분했다고 전했다. A씨는 “교민들 대부분이 놀랐다기 보다는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인터넷이 다시 복구된 것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다만 언제 다시 인터넷 접속이 차단될지 몰라 이런저런 루머가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6일 수십, 수백명 규모로 시작됐던 쿠데타 항의 시위는 7일,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명 규모로 늘어났다. 8일에도 항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A씨는 “우리 교민들이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과 조금 떨어져 있고 모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시위로 인한 기업 피해 상황도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부도 굳이 외국계 회사를 건드리지 않고 이미 발생한 쿠데타 상황과 군정이 조용히 유지되길 바라는 눈치”라며 “미얀마 사람들도 집에서 냄비를 두드리거나 차량 경적을 울리며 군부에 항의하고 거리시위를 하는 정도로 비폭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크게 충돌이 일어나거나 위험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 사업 중인 교민 B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전날 오후부터 8일 총파업을 한다는 이야기가 미얀마 직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며 “현지 직원들이 모두 시위하러 가야 한다며 휴가를 냈다. 오늘 사실상 모든 일이 멈췄다”며 “인근 한국 봉제공장들도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 출근하지 않아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와 B씨 모두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7일에도 “거리에 군경이 보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탱크와 부대가 전면배치돼 시위대와 충돌하거나 진압하고 그런 상황은 아니다. 일부 가게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긴 했지만 마트 사재기 현상이라든지 심각한 상황도 없다. 다만 시민들이 점차 더 많이 모일수록 군경도 집결하고 있어 시위가 과열된다면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양곤대학교 학생인 C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왜 우리가 뽑은 정부를 군대가 멋대로 바꿔놓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사람들도 그래서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C씨는 “수치 고문이 집권한 이후 우리 미얀마도 이제 다른 나라처럼 살 수 있으리란 희망과 기대가 생겼다. 다른 나라처럼 (군정이 아닌) 국민들이 선출한 정부, 그래서 외국에서 투자도 들어오고 우리 경제도 정치도 발전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군부가 쿠데타로 또 다시 무너뜨린 것”이라 말했다.
C씨는 “시민들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과거에 시민들의 움직임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적이 있고, 항의한 사람들을 총살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다들 무서워하고 있다. 거리로 나간 사람들은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 말했다. 비폭력시위에 대해 “군부 때문에 무장으로 대응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수 치 고문도 무력시위가 아닌 비폭력 시위를 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시민들도 분노할 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한 C씨는 “그래서 더욱 더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을 탄압하지 못하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