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업익 37조…전년비 34% ↑
180조 투자·4만명 채용 달성 눈앞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사실상 실질적인 그룹총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 경영 기조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한 선친의 유훈을 받들어 그간 자신이 주도했던 4대 성장사업(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장부품, 바이오, 인공지능(AI), 5G 네트워크)을 중심으로 한 ‘뉴삼성’의 성장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되며 경영에 복귀한 이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펼치고 있다. 2016년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인 9조원을 투입해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 복귀 이후 이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주력해 왔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8년 8월 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위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삼성의 광폭 투자는 본격화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QD(퀀텀닷, 양자점 물질)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위기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투자 덕분에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4% 가량 오른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이 부회장이 내건 ‘180조원 투자 4만 명 채용’ 약속도 올해 초과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은 2018~ 2019년 2년간 110조원을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투자했다.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 말 이미 목표치의 80%를 넘어섰다. 현행 기조를 유지한다면 3년간 국내 투자 목표(130조원)는 7조원 초과 달성하고, 4만 명 채용은 올 연말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전망이다.
명절, 생일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업장을 찾아 부문별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것에도 힘을 쏟았던 이 부회장은 이달 경영권 승계와 국정농단 재판이 시작됨에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 이어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은 차기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꼽으며 현지 5G 시장 선점 등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이부진, 이서현 3남매를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삼성의 자율경영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는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신라는 둘째인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사장은 2018년 말 사장직을 사임하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6년간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를 맡아왔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에 이은 회장 등극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해 이미 공식적인 총수라고 볼 수 있다.
3남매의 경영이 강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계열 분리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이서현 이사장이 다시 주요 보직을 맡을 가능성,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 이후 삼성 주요 계열사의 분리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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