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잇단 금융사고로 불신 커져
성과중심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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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 KB국민은행장이 일선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성과 중심의 영업방식에 치우치기보다는 고객 중심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영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작년부터 은행권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금융사고들에서 유일하게 비켜나 있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이어가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도영업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행장은 지난 14일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인 ‘보라쇼(보이는 라디오 Show)’를 통해 영업점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6시 퇴근길에 진행된 ‘보라쇼’는 임직원들이 모바일이나 태블릿PC로 자유롭게 청취 또는 시청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직원들의 사연 소개와 허 행장의 영업 현장에서 근무시절 노하우 등 그간 허 행장에게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도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허 행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정도영업이었다. 허 행장은 “정도영업은 2017년 취임하면서부터 강조를 해왔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윤리적인 영업,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영업으로 이야기한적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중심’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측면에서 보면 영업을 하는 데 있어 조직이 정해놓은 메뉴얼에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윤리적으로 접근해야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면서 우리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연구 및 공부하고 준비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허 행장은 “또한 고객을 중심에 놓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정하게 고객을 대하는 게 정도영업”이라며 “고객 입장에서 보면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나를 존중해줘’ ‘나에게 잘 설명해주고 나에게 가치를 전해주려고 애를 써’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영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취임 당시부터 이어온 경영철학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중심의 정도영업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다시금 강조하고 나선 데는 최근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들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은 투자 손실을 입은 고객들에게 배상액을 지급하는 등 책임을 지고 있다. 물론 KB국민은행은 금융사고들로부터 피해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은행권에 대한 불신이 KB국민은행에도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정도영업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은 것으로 분석된다.
허 행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특히 전국의 영업지점들을 직접 찾아가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듣는 ‘공감릴레이’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직원들과의 대면 만남이 어려워졌다. 이에 ‘보라쇼’라는 비대면 방식의 랜선 소통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보라쇼’는 오는 28일과 다음달 4일 본부직원 및 디지털·데이터·IT직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허인 행장은 직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활발하게 가져왔으나 코로나19로 현장소통이 어려워져 온라인 소통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 보라쇼와 같은 온라인 소통방식을 활용해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