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5회 이상 출산하면 치매 위험 47% 높아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경우 한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다는 사실이 11개 국가의 여성 약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 결과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배종빈·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출산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 의학(BMC Medicine)’ 최신 호에 게재됐다.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교육 수준·고혈압·당뇨 등의 인자를 보정해 분석한 결과 출산을 5회 이상 경험한 여성은 한 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았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2~4회 출산한 여성은, 1회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대륙별로는 유럽·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60세 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자의적인 비출산이라기보다는 불임이나 반복적 유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배 교수는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 미세교세포의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런 여성들은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되어 정기적 검진을 받는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출산이 여성의 높은 치매 유병율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11개 국가 코호트 연구를 통해 파악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이번 코호트에 포함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연구를 비롯해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해 치매 조기 진단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