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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7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존 1.25%에서 0.75%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는 ‘빅컷’ 결정을 단행했다. 이후 5월 금통위에선 0.75%에서 0.5%로 내리는 추가 인하를 통해 2개월 새 금리를 0.75%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은 ‘금통위원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현 0.5% 수준의 기준금리만으로도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인 ‘실효하한’이라는 의견이 많은 만큼, 한은이 추가 인하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전망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출 감소폭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민간소비의 개선 흐름이 약화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을 지속했다”며 국내경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으며, 앞으로 국내경제의 회복 흐름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상당폭 하회하는 -1%대 초반 수준으로 예상되며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힘입어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장기시장금리는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으며, 주가는 큰 폭 상승했다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반락했다”면서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화가 달러 등 기축통화는 아닌 만큼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을 우려,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