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의 성범죄에서 처벌불원을 적용하려면 피해자의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해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딸 B씨가 성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성관계를 맺어 성병을 옮겨주면 치료약을 받아주겠다’는 취지로 B씨에게 여러 차례 관계를 종용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의 피해 진술이 일관적이고, A씨가 B씨에게 노골적으로 성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 등을 바탕으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인간의 존엄 및 가족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여타의 성폭력 사건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A씨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을 양형의 감경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벌불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진지하게 합의를 위해 노력해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에는 감경요소로서의 처벌불원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정황이 다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1심에서 기각한 위치추적 전자장지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습벽이 있고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A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