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분배를 기치로 내세운 참여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초기 시장은 극히 어두웠다. 2003년 정부초기 투기철퇴 첫 규제로 들고 나온 게 후분양제였다. 문제는 설익고 어설픈 정책 발표였다. 뒤이어 나타난 공급 감소 등 부작용을 막으려고 전문가들조차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법과 제도를 흔들어대자 기싸움에 눌려 있던 투기세력이 허점 공략에 나섰고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까지 부화뇌동하면서 가세, 대책발표 때마다 풍선효과로 불똥이 사방으로 튀면서 틈새시장을 과열시켰다.
초기 발화지점인 대전과 천안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자 불길이 서울로 번졌고 이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자 다시 불길은 수도권으로 번졌다. 수도권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한데 이어 분양권 전매금지조치까지 취하자 지방도시권이 재차 과열되는 양상이 빚어졌다. 처음에는 당시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만 나서 곤욕을 치렀으나 점차 국세청,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검찰 등이 총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전국이 투기장화 되는 처참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무려 23번째나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천보다 이념적 구호에 불과하다. 세심한 실천보다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다. 다주택자 규제, 세금 폭탄, 3기 신도시 건설, 행정수도 및 공기업 추가 지방이전 등은 당과 청와대, 정부가 모두 이념적 가치만 내걸었을 뿐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설픈 초보적인 수준의 정책만 남발되고 실천력이 떨어진다. 이 틈새를 갭투자 등 투기적 수요가 대거 파고들고 가격불안이 눈에 보이자 실수요층까지 시장에 가세, 국민적 관심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8·4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공급에 대한 불안 역시 여전하다. 도심 유효수요에 대응해 고밀도 개발과 유휴부지 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대안 자체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월세 시장 불안을 감안해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임대차 3법까지 작전하듯 초법적으로 밀어붙임에 따라 임대시장 역시 혼란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58주 연속 올랐고 경기, 세종, 대전, 울산 등에서 임대차법 개정 전후로 전세값이 눈에 띠게 오르는 추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시한 △실수요자 보호 △투기근절 △주택공급물량 확보 △세입자 보호대책 등 부동산 정책 4대 패키지는 국민 모두 반기는 주택정책임에 틀림없다. 또 정권에 따라 다소 비중을 달리해왔지만 이 같은 정책을 도외시한 정부도 일찍이 없었다. 문제는 실천이고 신뢰이며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세입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하기위해서는 공급 여건이 충분히 갖추는 게 우선이다. 임대자만을 주어짜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시장을 부정하기 보다 달래고 유도하며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쳐나가는게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