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핵심 정제마진·유가 개선세 뚜렷
3분기 영업익 3000억원대 흑자 예상
KTB투자, 목표가 36%↑ 9만원 제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배당은 6월 30일을 주주명부폐쇄 기준일로 잡고 7~8월 배당금을 지급해 주주명부폐쇄를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해당 공시를 내지 않았다.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00년 처음 실시한 후 20년 만이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조73억원으로, 1976년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규모 적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상반기는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게 됐다”며 “기말에는 실적에 따라 배당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배당금이 축소되고 있지만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41.57%에 달한다. 상장사의 고배당 소식은 호재지만 올해 중간배당이 사라지면서 주가 상승 요인이 사라지게 됐다.
에쓰오일의 주가마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은 연초 10조3463억원에서 7조19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가 지난달 책임경영 차원에서 1000주를 매수했지만 주가에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에쓰오일의 매출 비중은 2019년 매출 기준 정유부문이 75%로 가장 높다. 이어 화학(18%), 윤활유(6%) 순이다. 유가 변동, 정제마진, 원·달러 환율 변동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부진, 유가 급락, 정제 마진 악화 등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원가, 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4~5달러다. 올해 1분기 정제마진 평균은 1.3달러였다. 국제유가는 60% 이상 하락해 재고평가손실도 떠안았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한다.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진다.
재무구조 부담도 커졌다. 에쓰오일의 1분기 순차입금은 6조83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중은 122.3%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192.2%다.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주가 반등을 위해선 실적 회복이 가장 필요하다. 증권사들은 에쓰오일이 하반기부터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서고,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하반기 들어 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의견이다.
정제마진 개선과 유가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은 7월 말까지 하루 960만 배럴까지 감산하기로 했다. 지난달 배럴당 30달러선을 기록했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달 들어 배럴당 40달러선으로 올랐다. 이 경우 정유사들은 재고평가 이익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다. 정제마진도 최근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제 유가 하락기에 싸게 매입한 원유가 투입되며 나타나는 소위 ‘래깅효과’ 덕이다.
최근 2개월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도 하향보다 상향이 많았다. KTB투자증권은 직전 목표가보다 35.71% 상향 조정한 9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역시 10% 넘게 상향 조정했다. 반면 흥국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직전보다 내려잡은 7만원대를 제시했다. 대신증권(9만원), 하이투자증권(9만원), 신한금융투자(9만원) 등은 앞서 목표주가를 올린 후 높아진 눈높이를 유지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래깅 정제마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고, 봉쇄령 해제에 따른 수요 회복과 산유국들의 공급 감소로 석유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정유주 주가는 유가와 정제마진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 가지 변수 모두 3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