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배임혐의 등 늑장 공시
2회 변동 4곳중 2곳 '거래정지'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상장사는 52개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개사보다 23% 증가했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코스닥이 43개사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8개사, 코넥스 1개사로 집계됐다. 최대주주 변경의 주요 사유는 경영권 확보, 주식양수도 계약, 주식매수, 유상증자 참여, 기업합병·분할, 상속·증여 등이다.
주인이 바뀐 이들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7개사의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공시 후 이틀 내 하락했다.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에 따라 최대주주가 변경된 한솔씨앤피와 인프라웨어의 경우 공시 바로 다음날 각각 9.47%, 7.76% 하락했다. 지난달 12일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공시 다음날 주가가 21.27% 급등했으나, 같은달 27일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장, 휴일, 야간 근로 수당 지급에 대한 고소 건이다. 또 지난 12일에는 공시불이행으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되기도 했다.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후 주주명부를 열람을 해보고 나서야 뒤늦게 알아차린 기업도 있다. 팍스넷은 지난 9일 정기주총 주주명부 수령 후 최대주주를 확인했다며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팍스넷 주가는 23일 전날보다 29.63% 하락한 862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시 후 9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실적도 엉망이다.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은 -268억원이다. 3년 연속 적자다.
올들어 최대주주를 두 번 이상 변경한 기업은 미래SCI, 신스타임즈, 유니맥스글로벌, 포티스 등 4개사다. 이 중 미래SCI와 포티스는 거래정지 상태다. 신스타임즈는 최대주주가 담보를 설정하고 자동 반대매매가 나간 대표 사례다. 신스타임즈는 지난달 6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 후 한 달여 만인 지난 11일 두 번째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주가는 전일 대비 29.83% 떨어진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의 경우 경영권 불안의 신호이자 사업영속성 타격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투자 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철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장은 “경영권을 쥔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것은 기업 살림살이가 잘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 사례 중에 시장 언저리에 있는 불공정거래 세력들이 머니게임을 위해 상당 기업을 인수하고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팔고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