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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발주자인 UAE원자력공사(ENEC)와 협력을 바탕으로 바라카 원전 1호기 가동을 위한 연료장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연료장전은 규제기관으로부터 운영허가를 승인받아 원자로에 원전연료를 처음으로 채우는 과정으로, 운전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앞서 UAE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는 지난달 17일 바라카 1호기 운영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연료장전을 마친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앞으로 약 1년간의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에 돌입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연료장전 전에 원전은 ‘튼튼한 건물’일 뿐”이라며 “연료장전은 규제기관으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원전시스템 운영에 들어가는 단계로, 사람으로 치면 ‘출산’과 같은 의미”라고 했다.
바라카 1호기가 가동에 들어가면 중동권 최초 원전이 된다. 사막과 고온 등 열악한 환경조건을 극복하고 한국의 시공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라카 원전이 운영허가에 이어 연료장전을 마치고 상업운전 돌입에 한발 더 다가섬에 따라 해외 원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바라카 원전에 적용된 ‘APR-1400’은 우리나라의 수출형 원전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과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 등 세계 양대 인증을 모두 취득한 것이라 수출 전망이 밝다.
정부와 업계는 향후 해외 원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2020년대 가동을 목표로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은 109기, 검토 중인 신규 원전은 330기에 달한다. 업계는 사우디·영국·체코 등에서 먼저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 원전 수주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모델을 정립, 선 경쟁·후 협력 원칙을 기반으로 양사간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원전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그동안 체코를 원전 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하고 열띤 수주 활동을 벌여왔다. 올해 4분기 체코 정부에 원전사업제안서를 공식 접수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수주 노력에도 범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지원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도 업계에서 나온다. ‘국가대항전’인 원전수주전에서 ‘탈원전’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수출’을 앞세워 원자력산업계를 다독이고 있지만,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며 “바라카 1호기의 운영허가와 연료장전 등의 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