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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인관계가 힘든 ‘편집성 성격장애’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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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율 기자

승인 : 2019. 06. 27. 17:33

황혜정 심리치유센터 해내 센터장 및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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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34세 남성의 한 내담자는 상담 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직장 내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음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직장 내에서 상사와 동료들 간의 잦은 마찰로 몇번이나 이직했고 결국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상태입니다. 연애 생활도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여자가 자신을 이용하고 버렸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하며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다고,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남자는 이렇게 대인관계를 어려워할까요? 검사 결과 그는 ‘편집적 성격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가 말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표현이 이 증상을 가장 잘 대표합니다.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는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이용하거나 속이고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편집적 성격장애는 이러한 기본적 신뢰 없이 음모론으로 온통 의심하게 만들어 사회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토록 합니다.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고 설득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반면, 상대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또한 타당한 의견은 수용해 자기 생각을 바꿔 인정하는 태도도 동시에 가집니다.


하지만, 이 경우 나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부마저도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며 심지어 감시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상담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해 신뢰를 형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들이 가진 심리 기저의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편집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음모론에 사로잡혀 의사가 처방해 준 약도 의심해 먹지 않고 추가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해 치료가 어렵습니다.


편집적 성격장애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어린 나이부터 타인을 전반적으로 불신한다. 

둘째, 친구와 가족의 의리를 항상 의심한다. 

셋째, 과거에 인지한 타인의 나쁜 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앙심을 품는다. 

넷째, 타인의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악의가 있다고 오해한다. 

다섯째, 자신에게 해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타인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여섯째, 자신의 인격이나 평판이 공격을 당했다고 인지하면 바로 화를 낸다. 

일곱째, 자신 파트너의 진실성을 의심한다. 

요즘처럼 사기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현대사회에는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관계를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파악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있기 때문에 위의 판단기준이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혹시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자주 드는 경우가 있는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그 사람이 원망스럽고 복수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린 말만 하면서 자꾸 나를 틀렸다며 고치라고 지적한다.

왜 사람들이 나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분노·피해망상·고립을 공통으로 보이는 다른 장애들과 구분됩니다. 쉽게 화를 내고 타인을 불신하지만,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괴이한 망상이나 환각 증상을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주요 발생 원인으로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학대와 폭력, 성적 트라우마의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장기에 왕따를 경험한 경우도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성격이 형성된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편집성 성격장애로 진단이 되면 오랜 치료기 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은 주변을 모두 의심하기 때문에 치료 자체도 음해로 생각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신뢰할 만한 사람들의 협력관계와 도움입니다. 또한 자신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있는 경우 변화를 위한 나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항상 돌아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매일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루에 한 번씩 돌아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첫째, 그동안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 보면서 여러 상황에 대해 확대해석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둘째, 흑백사고로 ‘좋은 사람-나쁜 사람’ 또는 ‘내 편-적’으로 나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셋째, 다른 사람에 대한 말과 행동을 해석하는데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의 왜곡이나 오류가 없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마지막으로 한번이라도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이렇게 된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방어적 성향과 과도한 경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홍성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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