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들은 IT역량 강화에 힘써
또 상반기 은행 채용을 총괄하는 팀장도 인공지능(AI)사업을 추진해온 전문가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변화부터 ICT 중심의 체질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철학이 반영된 셈이다.
진 행장은 지난달 열린 취임식에서도 “과거 은행은 상경계 출신을 뽑은 후 전환배치를 통해 정보기술(IT) 인력을 양성해왔다”며 “다만 IT역량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진 만큼 앞으로 IT인력을 뽑아서 영업사원으로 쓰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과 ICT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디지털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입출금· 자금이체 등 간단한 은행 업무에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의 53.2%로 이미 절반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디지털에서 앞서가는 은행이 리딩뱅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선포하며 금융서비스·인재·조직문화 등 전 부문에서 디지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성규 KEB 하나은행도 IT 인력 강화를 강조하는 은행장 중 한 명이다. 지 행장은 “은행 직원 전체 1만3000명 중 최소 2000명은 코딩을 할 수 있는 인력으로 양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비록 IT인력을 신규로 채용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은행 직원들의 IT화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도 채용 부문을 기존 6개 부문에서 9개 부문으로 세분화하며 IT 전문가 찾기에 나섰다. 특히 IT부문과 디지털 부문을 나눠 힘을 줬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NH농협은행도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모든 직원에 대한 디지털 역량 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에는 IT 인력을 따로 채용해왔지만, 이제부터는 신규 채용 인력도 일정 수준의 IT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농협금융 차원에서 금융권 최대 규모의 디지털 특구인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조성해 신사업 모델을 발굴해나가고 있는 만큼 관련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CEO의 디지털화 선언을 계기로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기존의 영업·사고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재 채용이나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대거 IT인력을 뽑으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