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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바다 같은 호수, 봄 내려앉다...충남 예산 예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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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19. 03. 05. 13:17

여행/ 예당호
봄볕이 내려 앉은 고즈넉한 예당호(예당저수지). 강태공을 위한 수상좌대와 물속에 뿌리내린 나무와 수초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을 참 차분하게 만든다.


충남 예산 대흥면과 응봉면 등에 걸쳐 예당호(예당저수지)가 있다. 예산과 당진에 주로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1962년 조성됐다. 내달 6일 이곳에 출렁다리가 개통한다. 호수에 다리 하나 놓이는 게 대수일까 싶지만 호수도 출렁다리도 ‘그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여행/ 예당호
수면을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물새들의 움직임이 평온하다.
여행/ 예당호
예당호의 해넘이가 곱다. 사진촬영의 배경으로 인기 높은 예당호 ‘황금나무’.
여행/ 예당호
예당관광지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된 대흥면까지 약 5.4km 구간에 ‘느린 호수길’이 조성 중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연말 완공 예정.


예당호부터 짚고 넘어간다. 예당호는 바다 같은 호수다. 국내 저수지 가운데 최대 규모다.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3.7배에 달하고 둘레는 약 40km에 이른다. 날씨 화창한 날 맞닥뜨리면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뻥 뚫린다. 풍경은 또 어찌나 우아한지. 가장자리마다 듬성듬성 물속에 뿌리 박은 나무들에서 고상함이 줄줄 흐른다.

예당호는 강태공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민물낚시의 성지(聖地)다. 워낙 넓은 덕에 수질이 깨끗하다. 물이 맑으니 물고기 먹이가 풍부하고 그래서 붕어·잉어·가물치 등 다양한 종류의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호수를 에둘러 낚시를 위한 수상좌대가 빼곡하다. 그런데 이 볼품 없는 ‘구조물’이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어우러지며 기분 좋은 ‘느림’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면 위를 헤엄치는 물새들까지 가세하면 동양화가 따로 없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먹먹함은 풀어진다. 낚시를 모르는 이들도 이런 서정을 경험하려고 일부러 애써 예당호를 찾아온다. 호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곱고 이맘때 이른 아침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참 볼만하다.
 

여행/ 예당호 출렁다리
4월 6일 개통 예정인 예당호 출렁다리. 길이 402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인도교(보행자 전용 다리)다.
여행/ 예당호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면 물 위를 걷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 예당호
예당호 출렁다리와 연결된 산책로. 바다 같은 호수가 펼쳐진다.


다음은 출렁다리 이야기. 내달 6일 응봉면 예당관광지 인근에 개통하는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가 402m에 이른다. 국내 최장 인도교(보행자 통행을 위한 다리)다. 2017년 6월 착공해 지난해 말 준공했다. 농어촌공사 예산지사의 김종봉 차장은 “설계 당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인도교였지만 지난해 일본에 410m짜리 인도교가 생기면서 순위가 밀렸다”고 했다. 아시아 최장 타이틀을 놓쳤지만 어쨌든 국내에서는 가장 길다.

예산호 출렁다리는 현수교다. 높이 64m의 주탑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려 상판을 고정했다. 이러니 힘줘서 발을 구르면 다리가 출렁거린다. 이러니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 호수가 바다처럼 광활하니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도 장쾌하다. 물 위를 걷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행/ 예산황새공원
광시면의 예산황새공원. 2009년부터 황새복원사업을 해 오고 있다.


예산호 출렁다리는 날개를 펼친 황새를 닮았다. 이유가 있다. 예산은 ‘황새의 고장’이다. 2009년부터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세계적으로 약 25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단다. 예산 광시면의 황새공원에서는 지금까지 약 40마리의 황새가 방사됐다. 지금도 7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이제 결론. 국내 최대 호수에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놓인다. 예사롭지 않은 볼거리의 등장이다. 예산호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해 수변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으니 볕 고운 봄날 산책하기 딱 좋다. 산책로 주변으로 숲이 참 울창하다.

예당호를 에둘러 도로가 잘 나 있다.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 자동차로 쉬엄쉬엄 돌아보면 멋진 여행이 된다. 드라이브를 할 때는 예당관광지 입구 평촌삼거리에서 대흥면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려본다. 여느 곳보다 풍경이 곱다. 물에 잠긴 나무들이 많고 갈대와 잡풀이 무성해 운치가 있다. 특히 이 구간에서는 호수가 항상 눈에 들어온다. 동산교 일대 풍경이 하이라이트. 물속에 몸통을 내린 버드나무들이 무성하다. 호수에 비치는 풍경이 아주 예쁘다.
 

여행/ 대흥동언
슬로시티로 지정된 대흥면의 대흥동헌.
여행/ 대흥슬로시티
대흥면의 의좋은 형제 공원. 일대는 ‘의좋은 형제’의 실제무대 였다.


대흥면은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존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캠페인이다. 대흥면 일대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경험하게 된다. 특히 대흥면 상중리와 동서리 일대는 산책하기 그만이다. 담장 없는 초등학교가 예쁘고 조선 초기 관아였던 대흥동헌 앞뜰은 정갈해서 쉬어갈 만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실제 무대도 이 일대다. 한밤중에 형은 아우의 볏단에, 아우는 형의 볏단에 벼를 나르다가 서로 마주쳤다는 그 이야기가 맞다. 대흥면사무소 옆에 ‘예산 이성만 형제 효자비’가 있다. 마을 인근 수몰 지역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는데 이 비에 적힌 이야기가 이렇다. ‘이성만·이순 형제는 부모가 돌아가신 뒤 형은 어머니 무덤을, 동생은 아버지 무덤을 지키며 아침에는 형이 아우의 집에, 아우는 형의 집에 나아가 밥을 같이 먹고 한 가지 맛난 것을 얻으면 형제가 함께 먹었다.’ 대흥면사무소 앞에는 ‘의좋은 형제’ 동상이 있고 마을 들머리에는 의좋은 형제 공원도 조성돼 있다. 예산호 출렁다리에서 대흥면까지 호수를 따라 약 5.4㎞의 ‘느린 호수길’이 조성 중이다. 연말 완공 예정이다.
 

여행/ 임존성
봉수산 임존성은 백제 부흥군의 최후 결전지였다. 백제 유민들은 이곳에서 나당연합군과 3년여 동안 대치하며 치열한 항전을 치렀다.
여행/ 대련사
대련사. 오래된 느티나무가 숨 멎을 듯 경건하다.
여행/ 봉수산
봉수산 휴양림 산책로.



대흥면 뒤로 우뚝 솟은 봉수산(484m)에 오르면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풍경은 아름다운데 이곳에 흐르는 역사는 치열하다. 봉수산 정상부에 임존성이 있다. 주류성과 함께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이었다. 백제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항복한 660년, 흑치상지, 복신, 승려 도침 등이 백제 유민을 이끌고 임존성에 들어가 663년까지 결사 항전을 벌인다. 임존성은 난공불락이었다. 백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석성으로 둘레가 약 2.4km에 달했단다. 산세까지 험해 좀처럼 함락되지 않았다. ‘삼국사기’는 당나라 소정방 군대도, 신라 김유신 군대도 군사가 많고 지세가 험해 이기지 못했다고 전한다. 임존성 아래는 도침이 세웠다는 대련사(극락전)가 있다. 수령 600년의 웅장한 느티나무가 인상적이다. 봉수산 휴양림과 수목원도 봉수산 자락에 있다. 이곳에서도 예당호를 조망할 수 있다. 봉수산 휴양림, 대련사, 대흥슬로시티에서 임존성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예산 광시면 마사리에서는 임존성 아래까지 임도를 따라 자동차로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당호 별미를 추가한다. 예당호 주변에 어죽과 붕어찜을 하는 음식점이 많다. 어죽은 붕어를 푹 곤 육수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하고 민물새우, 면, 쌀을 넣어 푹 끓여낸다. 역시 비리지 않고 맛이 칼칼하며 고소하다. 붕어찜 역시 붕어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아 여성들이나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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