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사진=매니지먼트 숲 |
한국드라마에선 최초로 리얼 엑소시즘을 그렸고 첫 도전인 만큼 확실한 공포와 메시지를 전달했다. 거기다 OCN에선 처음으로 도전하는 수목극 오후 11시 방송이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OCN 드라마 '손 the guest'(극본 권소라 서재원, 연출 김홍선)는 최종회가 4.1%(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손 the guest'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 윤화평(김동욱)와 사제 최윤(김재욱), 형사 강길영(정은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재욱이 연기한 최윤은 악령을 쫓는 교구에서 임명된 구마 사제다. 카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최윤은 악마 박일도에게 빙의 돼 가족을 살해하고 목숨을 잃은 형 때문에 윤화평, 강길영과 함께 박일도를 찾아다녔다. 특히 사제복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방송 내내 들었던 김재욱은 "실제로 카톨릭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사제복을 입으니 힘을 얻었다. 의상이 주는 힘이 있더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 시즌1'을 통해 이미 김홍선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김재욱은 "감독님에 대한 믿음은 당연히 있었다"고 전했다.
"전작에서 감독님과 호흡이 워낙 좋았고 서로의 장점도 잘 알고 있었어요. 이번 작품의 대본을 받았을 때 김 감독님이 어떻게 연출할지 잘 느껴지더라고요.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워낙 이런 장르물을 잘 만드시는 분이기 때문에 의심 없이 시작했어요."
특히 11년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호흡을 맞춘 김동욱과의 재회도 화제를 모았다. 김재욱은 무엇보다 서로 쌓아온 시간이 잘 느껴져서 연기하기에 좋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동욱이와 만났을 땐 '커피프린스'의 느낌이 강했어요. 그렇다고 동욱이가 '커피프린스'의 하림이라고 느껴졌다는 말이 아니라, 김동욱이라는 배우와 작업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 시절 함께 했던 친구와 만난 것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나왔어요. 너무나 좋았죠."
가족을 잃고 각자의 아픔을 겪었던 최윤을 포함해 윤화평, 강길영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다. 박일도에 빙의된 윤화평의 목숨을 최윤과 강길영이 구했고, 숨어 지내던 그를 찾아가 미소를 보이는 모습으로 결말을 전했다. 하지만 박일도의 존재가 정확히 사라진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많은 시청자들은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2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작품을 성공적으로 끝낸 방증 같아요. 뿌듯한 마음이 커요. 시즌제는 예전부터 찬성하는 쪽이었어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시리즈물이 많이 제작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하게 성공하는 작품이 '신의 퀴즈' 정도인 것 같아요. 시즌제를 하기에 채널적인 특성이 있는 OCN에서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손 the guest'의 시즌2가 궁금해지고요."
김재욱은 역할 특성상 박일도에 빙의된 부마자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했다. 매회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부마자 역할의 배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며 "구마의식 신은 부마자 역할을 해준 배우들의 힘이 컸다"고 밝혔다.
"구마의식 신이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요. 사실 구마의식이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촬영 현장 상황과 배우들의 에너지로 만들어져요. 팽팽함을 잃어버리면 그 신 자체가 실패하기에 더욱 집중을 많이 했어요. 저는 빙의자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했던 역할이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들의 온기로 최윤이라는 인물도 입체적으로 만들어졌죠. 너무나 감사해요. 특히 아역배우인 허율 양이 기억에 남아요. 계속 연기 생활을 한다면 좋은 배우가 될 재능이 있는 친구 같아요."
20대 때는 혈기왕성하게, 자기 확신에 차 연기를 해왔다던 김재욱은 30대가 된 지금 에너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번 '손 the guest'를 통해서는 여유를 얻었고 앞으로 작품을 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도 전했다.
"돌아보면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아요. 연기적인 부분도 있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도 중요해요. '손 the guest' 촬영을 하다가 김포 쪽 공사현장 화장실에서 본 글귀가 떠올라요. 중동 쪽 속담인데 '고민을 해서 고민이 없어지면 고민이 없겠네'라는 말이었어요. 이상하게 계속 와 닿았고, 동욱이도 그걸 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게 지금은 중요한 것 같아요. 쓸데없이 몰아붙이는 일은 예전보단 많이 줄었어요. 좀 더 유연해지고 여유롭게 변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