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소화기 연간 100만대 이상 추정…환경부, 정확한 수량 파악 못해
행안부 "폐기방법·비용 문제, 관련부처와 고민할 수 있어"
폐소화기는 생활폐기물로 구분돼 지자체가 수거·폐기하지만, 지역별 수거 기준이 달라 원활한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처리 비용마저 소화기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등 국민 편의보다는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배출되는 폐소화기 수량은 연 100만개 이상이다. 이는 연 생산량을 고려한 추정치일 뿐이다. 소화기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연한 10년이 지난 폐소화기 배출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간 200만개 수준으로 생산되던 소화기는 2013~2015년에 연간 400만개로 늘었고, 소화기 내용연한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7년 600만개, 올해 800만개가 생산됐다. 하지만 폐소화기 처리 시스템은 일괄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폐기물관리법에 폐소화기가 포함된 이후 폐소화기 처리는 시장·군수·지자체장의 의무사항이 됐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생활폐기물이나 기타유사폐기물로 처리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지자체는 폐기물 품목에조차 포함하고 있지 않다.
실제 폐소화기를 대형생활폐기물 품목으로 포함시킨 지자체는 서울 영등포구 1곳뿐이다. 유사품목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곳은 서울 종로·부산 해운대구 등 전국 34개 지자체 정도다. 나머지 17개 시·도 200개 시·군·구는 소화기를 폐기물 품목으로 포함시키는 조례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언제 개정될 지는 미지수다.
폐기물 업무를 총괄하는 환경부도 문제 개선 지침을 지자체에 내리는 것에 소극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자체 업무인데도 조례개정 등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환경부·지자체에 공문을 여러 번 보내 행정지침과 조례개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딘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폐소화기 수량 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은 환경관리공단이 폐소화약제 양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폐소화기 현황 데이터를 여러 번 환경부에 요청한 상태지만, 환경부는 폐소화기 수량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소화기 수량 통계는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에게 수량을 확인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논란거리다. 현재 폐소화기를 처리하려면 대형폐기물이나 유사품목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지자체 주민의 경우 1000~3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기준이 없는 지역에서는 관할 소방서가 일괄 수거하거나 개인 비용을 들여 폐기물 업체에 직접 연락해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이런 비용부담이 소화기 교체 문화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폐소화기 처리 체계의 비효율성과 관련해 지자체를 관리하는 행안부가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소화기를 새로 교체하는 동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소방청에서 폐소화기 처리방법·비용부담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 환경부·지자체와 조율하는 역할을 행안부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