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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전격 ‘미국행’…美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 ‘제동’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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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승인 : 2018. 09.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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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 7일 인도에서 개최된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참가, 기조연설을 통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모빌리티 지향점과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60만대에 달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방침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그룹 2인자’에 오른 후 첫 대외 일정을 소화 중인 정 수석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예외조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 대목이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 부회장은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로스 상무부 장관을 단독 면담할 예정이다. 앞서 정 수석 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 부회장에서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이틀 만인 16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 미국 행정부 인사들과의 미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이 그룹이 당면한 자동차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의 인사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산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962년 제정된 이후 50여년 동안 실제 적용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위해 부활시킨 데 이어 오는 11월 열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이 같은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대미 수출길이 막혀 한국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점유율의 약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 역시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폭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관세 부과 예외를 인정받거나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미 자동차 수출을 늘려왔기 때문에 고율 관세는 치명적”이라며 “정 수석 부회장이 이번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관세 예외조치를 끌어내거나 관세율을 낮출 경우 독일·일본 등 수출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수석 부회장은 로스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진입장벽을 낮춘 만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호혜적 조치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미국 애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현지 자동차 공장을 운영, 현지 고용 효과에 일조한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수석 부회장은 이번 일정을 통해 미국과 멕시코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에 따른 대안 모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간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이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기아차 멕시코 공장도 부품의 12.5%를 한국산에서 멕시코 또는 미국산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현지 노동자 비중을 40%까지 늘려야 한다는 점도 기아차에게는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해외동반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여러 협력사와 함께 멕시코 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은 아직 부족하다”며 “이번 NAFTA 개정 협상으로 인건비는 물론 부품 운송 등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수석 부회장은 올해 들어 5차례 미국을 찾아 현대차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과 3월에 각각 ‘CES 2018’과 ‘2018 뉴욕 모터쇼’ 현장을 찾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동향을 점검한 데 이어 5월에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협업을 위해 실리콘밸리 소재 ‘현대 크래들’을 방문했다. 지난달 말에는 대표적인 자율주행차 시험장으로 꼽히는 보스턴을 직접 찾기도 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정 수석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정 수석 부회장은 향후 현대차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추진, 통상 문제 등 현안 극복은 물론 그룹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주요 사안을 책임지게 된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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