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블록체인 분야에 투입되는 금액은 약 10억달러(약 1조111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자동차 기술 분야에 투입되는 총금액 1688억달러(187조5706억원)의 0.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업계는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부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제조·커넥티드카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운전자와 차량 사이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자율주행·카셰어링 등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제삼자의 개입 없이 서비스 제공 업체와 소비자 사이를 직접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가 독립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정보와 재화를 전달하는 중립적인 중간자, 즉 구글과 같은 강력한 ‘플랫포머(Platformer)’를 견제하는 동시에 정보의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자동차 업체들은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자사의 첨단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도요타연구소(TRI)에서 차량 사용 정보 공유·저장, 카셰어링·카풀 관리, 주행 환경 변화에 맞춘 보험상품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미디어랩 등과 협력, 블록체인 기술을 자율주행차·전기차에 도입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크리스 밸린저 도요타연구소 이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수천억 킬로미터에 달하는 주행 정보가 필요하다”며 “수집된 정보는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운전자와 개인과 차량 관리자, 자동차 업체 간 안전하게 공유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BMW·포드·르노·GM(제너럴모터스) 등 4곳은 지난 5월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연합체인 ‘모비(MOBI)’를 결성했다. 모비에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IBM·보쉬 등 기술 기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 30곳도 포함된다. 이들은 자율결제·차량공유 등 블록체인 기술을 자사가 제작하는 차량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최근 자율주행차 사고에 따른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해킹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량의 운행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저장,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거래자 모두가 거래 장부(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1명의 시스템이 해킹당해도 장부의 위·변조 걱정이 없다”며 “모든 거래자의 장부를 해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