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이슈는 한두 번 제기된 것이 아니다. 2010년경에도 유명 전자제품 업체가 중소기업이 등록한 디자인과 유사한 휴대폰 포장용 상자를 사용했다가 디자인권 침해가 인정되기도 했다(이하 ‘휴대폰 포장용 상자 사건’).
휴대폰 포장용 상자 사건과 같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이미 해당 디자인을 등록해 둔 경우라면, 사후에 대기업 등이 그 디자인을 임의적으로 사용할 때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즉, 디자인을 창작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그 디자인을 ‘등록’하면 업으로서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인 ‘디자인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그 디자인권을 고의나 과실로 침해하는 대기업 등에 대해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손해배상이나 권리침해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고, 대기업 등이 ‘고의’로 디자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형사고소를 통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수 있다.
그럼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식용류 용기 사건에서 B는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았다. 이 경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물 창작 즉시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작물에 해당되는 경우 별도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자에 대해 손해배상 및 침해행위 금지 등을 청구하거나 저작권법위반죄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B도 저작권법 위반 등을 주장하며 A사를 형사고소했다. 그러나 상품의 ‘디자인’에 대해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그 디자인이 저작권법상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돼야 한다. ‘응용미술저작물’이 되려면,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제3자가 동일·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다. 식용류 용기 사건에서도 검찰은 독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저작권법위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했다.
다만, 디자인을 ‘창작’한 자 또는 그의 승계인은 디자인보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제3자가 무단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을 ‘등록’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권리를 침해 받았음을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식용류 용기 사건에서 법원은 A가 B의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을 등록하여 사용한 것이 B의 디자인등록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된다고 봤다. 나아가 이와 같이 디자인을 등록한 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디자인등록을 한 것으로 인정되면, 형사처벌도 이뤄질 수 있다.
제3자가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보호 가능성이 달라진다.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등록한 경우가 당연히 그 권리 보호에 보다 용이할 수밖에 없다. 상품의 기획 및 개발 단계에서 작성되는 다수의 디자인 시안에 대해, 창작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정선열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