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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전 신재생발전 참여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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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8. 02. 05. 18:13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 /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에너지법안 중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전은 전기사업법(제7조 제3항)에 규정된 발전판매사업 겸업금지 원칙에 따라 전력판매·송전·배전만 담당하고, 전력생산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가 담당해 왔다. 다만 대통령령(제3조)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도서지역발전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통해 한전은 간접적으로 신재생 발전에 참여해 왔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개정법안은 이 예외조항을 법률로 격상시키고,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을 예외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2030년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는 새 정부의 목표달성을 위해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의 참여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한전의 기술, 노하우와 자본력을 활용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업계는 중소 신재생발전사업 위축, 산업생태계 훼손, 공정경쟁여건 저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전국 계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한전이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해서 신재생발전을 할 경우 중소사업자들이 설 곳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1MW 이하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송전망이 아닌 배전망에 접속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배전설비나 변압기 용량부족 등으로 계통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한다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해 온 기존 사업자와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참여범위를 한정해 중소 민간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참여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력판매·송전·배전 독점사업자인 한전이 망중립성(Net Neutrality)을 지키도록 의무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보편적 전기공급의무 규정을 더 강화해서,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망중립성 훼손 사례를 예시하고 처벌규정을 법규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정규모(예컨대 10MW) 이상의 대형 신재생발전사업에 한정시켜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태양광과 같은 소규모 사업은 협동조합에 넘겨주고, 한전은 대규모 계획입지를 전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 전체 시장규모를 키운다면 자연스럽게 중소 사업자들과 함께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으로 확립된 발전판매사업 겸업금지 원칙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전은 17년 만에 직접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예외적으로 한정해야 하고 전력산업 전반의 경쟁은 계속 촉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에 동의한다면 해법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법으로 한전의 망중립성 규정을 강화하고, 나머지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예외조항을 추가하여 규정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한전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2030년까지 45조5000억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33GW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였다. 그리고 금년중 5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녹색채권은 발행조건이 일반채권과 같지만, 사용목적이 신재생사업, 기후변화대응, 친환경지원 등으로 한정된다.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고 에너지전환을 선도해야 하는 한전이 경쟁여건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중소 신재생사업자들과 상생하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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