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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3주체의 반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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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기자

승인 : 2017. 08. 30. 16:31

장용동 대기자1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썰렁하다.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약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살 사람이나 팔 사람 모두 꼬리를 감춘채 하락 내지는 짙은 관망세에 빠져들고 있다. 다주택자 압박을 주요 골자로 한 8·2조치로 향후 매물이 넘쳐나면서 본격 하락을 예고하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6·19대책에 이어 이번 조치는 일단 단기적 투기 세력을 이탈 시키는데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집값 오름세를 기대하고 무조건적으로 갭 투자에 나서거나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투기억제 조치와 이에 따른 각종 후유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듯이 8·2대책만으로 주택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는 없다. 내달 추가로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이 나온다해도 주택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선행되지 않는한 주택시장은 언제든지 다시 냉온탕을 반복하며 투기적인 세력과 가격의 급등락 등으로 골치 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같은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주택건설업체, 소비자 등의 3주체가 공히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 철학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수요가 아닌 실수요에 초점을 맞춘 주택 정책과 소비자의 선택, 건설이 필연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우리는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 자체의 편리성이나 내구성보다 향후 투자 수익에 비중을 두는게 일반적이다. 나중에 팔 때 얼마나 자본 이득을 남길수 있을지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집을 구입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주택시장이 꼬이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 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오직 투기적 요인을 막고 가수요를 이탈시키는데 주택 정책의 에너지를 집중한다. 실수요자가 필요한 주택을 짓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데에는 별 관심을 쏟지 못한다. 주택공급 규칙이 수십번 넘게 개정되어 너덜 거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택이 하우스(house)가 아니라 홈(home)으로 인식을 바꿀수 있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고 이를 근거로 주택 정책을 펼치는게 시급한 이유다.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살기 보다는 팔기 위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 디자인이나 마감, 내구성, 편리성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래 삶을 영위하고 거주할 집이 아니라 곧 팔거나 임대줄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에 구입 주택에 대한 애착이 없다. 아파트 견본주택을 개관할 때 내방한 사람과 실제 청약하는 사람, 또 입주자가 다른게 우리네 아파트 분양 패턴이다. 브랜드 업체의 아파트를 선택해 나중 집값 오르고 임대가 잘 나갈수 있다면 최상으로 여기는 풍토가 개선되지않는한 실속 주택을 찾기는 요원하다. 내집이라는 의식과 함께 자재 선택이나 평면 디자인, 마감재 하나까지도 꼼꼼히 따지고 둘러보는 의식 전환이 절대 필요하다.

주택건설업체의 주택건설 의식도 변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실속 주택을 짓기 보다는 겉치레가 강조되는 집을 지어온게 사실이다. 수요자의 초점이 거기에 맞추어져 있으니 어쩔수 없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사실 주택과소비를 부추겨온 것은 주택건설업체의 잘못이 크다. 분양가 원가 연동제가 분양가 상한제, 자율화로 바뀐 이유도 무관치 않다. 실제보다 과다한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필요 이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앞장서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층간 소음을 줄이는 기술 연구나 시공보다는 사물 인터넷 설치에 더욱 큰 비중을 둔게 현실이다. 거주 생태를 연구하고 불편 해소를 위해 디테일에 신경 쓰는게 아니고 우선 보이는 시설을 강조하다보니 건설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주택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수십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다시 재활용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주택 정책과 소비 태도, 건설 철학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택시장은 실수요자를 위해 존재하며 이들을 위해 작동된다는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때 주택 투기가 결코 자릴 잡을수 없고 시장은 정상화될 것이다.



장용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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