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47명 임원 중 여성 없어…오너 배우자나 딸만 있는 경우도
CJ제일제당, 여성임원 11명으로 두드러져…3년전에 비해 2배↑
4일 지난해 연매출 1조원 이상 주요 식품 및 식품소재·주류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7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롯데제과를 비롯해 삼양사·대한제당·동원F&B·크라운해태 등은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 가운데 롯데제과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 및 미등기임원 등 전체 임원 수가 47명이었고, 삼양사(24명)·대한제당(22명)·동원F&B(20명)도 전체 임원 규모가 20명을 웃돌았다.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경우 1분기 보고서의 임원현황에는 등기임원만 게재돼 여성임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미등기임원을 합하면 전체 임원 12명 중 1명이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SPC그룹 관계자는 “비상장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로 보면 3명의 여성 임원이 마케팅과 디자인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여성 임원이 있는 식품업체라도 오너의 배우자나 딸 등 특수관계인 또는 사외이사가 차지하고 있는 등 ‘유리천장’을 깼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상(박현주 부회장, 임세령·임상민 전무), 매일유업(김인순 명예회장, 김선희 사장), 오리온(이화경 부회장), 남양유업(지송죽 고문)은 여성임원 모두가 오너가의 일원이었고, 풀무원은 사외이사가 유일한 여성임원으로 올라와 있다.
식품업계에서 여성 임원 등용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전체 임원 91명 가운데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여성 임원이 포진해 전체 임원 대비 비중이 12.1%에 달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분기보고서 상에 임원 성별이 표기되기 시작한 2014년 1분기만 해도 여성 임원이 5명(전체 81명·비중 6.2%)에 그쳤으나 3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40대 임원 2명을 포함해 모두 3명의 여성임원이 있고, 농심·롯데푸드·신세계푸드·오뚜기·하이트진로·현대그린푸드의 여성임원은 각 1명으로 나타났다.
3년 전과 여성 임원 수를 비교하면 매일유업(3명→2명), 오리온·하이트진로(이상 2명→1명), 동원F&B·삼양사(이상 1명→0)는 줄었고, 롯데제과·풀무원식품·대한제당 등은 그대로였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직장 내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성이 임원자리까지 오르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라며 “유리천장이 깨지기 위해서는 고용평등정책과 함께 기업에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회사 내에서 느끼는 ‘유리천장’의 체감도는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54.3%가 ‘직장 내 유리천장이 있다’고 답했는데, 2011년에 실시한 같은 주제의 조사에서는 56%였다.
대선 후보 시절 ‘유리천장 타파’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등 요직에 ‘여성 1호’ 인사들을 발탁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7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