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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와도 사람들이 가장 사용하는 것은 결국 SNS와 메신저·통화 메시지 앱이에요. 카메라·스케줄·메모장은 그 다음이죠. 국민 메신저앱 ‘카카오톡’이 성공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본 욕구를 스마트폰에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헬멧 사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하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 스키장이나 공사장에서 헬멧을 써야 할 때 스마트폰보다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주저 없이 스티브 잡스를 꼽은 이경록 아날로그플러스 이사는 지난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헬멧 ‘어헤드(Ahead)’를 만든 배경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어헤드는 헬멧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기반 소형 커뮤니케이션 기기다. 휴대폰 연동을 기반으로 음악감상, 내비게이션, 전화, 메시지 알림, 다자간 대화가 가능하다. 헬멧에 부착하면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는 ‘진동자’ 기술로 헬멧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외부 소리를 차단하는 이어폰 대신 어헤드를 헬멧에 붙이면 주변환경을 인지하면서도 자유롭게 음악을 듣거나 통화할 수 있다. 천으로 된 소재만 아니면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대부분의 헬멧 소재에 사용할 수 있다.
박재홍 아날로그플러스 대표는 시제품 테스트를 위해 찾은 스키장에서 김동성 전 스키선수를 우연히 만나 조언을 얻게 된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김 전 선수는 박 대표에게 “스키장뿐 아니라 스케이팅을 할 때도 전화나 무전기가 없어 훈련이 불편하다. 이런 제품이 있으면 감독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겠다”고 귀띔했다. 대표는 “일반 소비자용 판매 제품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도 사업 가능성이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어헤드는 6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헬멧 사용 인구가 있는 곳이면 전 세계 어디든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 이사는 “오토바이 인구가 많은 동남아 지역과 전체 인구 중 70% 이상이 스키를 즐기는 북유럽, 자전거 인구가 많은 북미 지역 등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과 ‘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 이사는 “오토바이, 스키, 자전거 탑승 시 휴대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면서도 개성을 표현하는 독특한 아이템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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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플러스는 오는 3~4월께 클라우드 펀딩을 실시한다. 100달러(약 12만원) 이하의 소비자 가격으로 목표 판매량은 2018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30만대 달성이다. 박 대표는 “이번 CES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느낀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6월에 완벽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아날로그플러스의 공동 창업자인 박재홍·이경록·박주형씨는 지난해 10월31일 어헤드 출시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퇴직하고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대표 및 이사 3명과 개발자 2명, 마케터 1명, 디자이너 1명 등 7명으로 운영된다.
아날로그플러스 등 C랩에서 분사한 스타트업들은 평균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설립된다. 아날로그플러스는 삼성전자 내부 공모전을 통해 약 18개월 동안 아이디어 구상, 프로토 타입 개발, 사내 검정을 거친 후 독립했다. 박 대표는 “아날로그플러스라는 회사 이름은 우리 주변에 있는 아날로그 기반에 디지털 기기를 더한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데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