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프니까 청춘이다?”…中企 외면하는 청년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1102010001673

글자크기

닫기

박성은 기자

승인 : 2016. 11. 15. 07:30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치…취업 장수생은 많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
basic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면 그냥 환자지.” 유례없는 취업난에 몇년 전까지만해도 청춘을 위로했던 글은 자조 섞인 조롱으로 바뀌었다. 20대의 태반이 놀고 있다는 ‘이태백’, 인문계 졸업자의 90%가 논다는 뜻의 ‘인구론’이란 용어는 더 이상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치…취업 장수생은 많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

실제 지난달 청년(15∼29세)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한 8.5%였다. IMF 외환위기로 구직난이 극심했던 1999년 10월 실업률이 8.6%를 찍은 이후 월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5000명 감소하며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생산감소·고용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청년 구직자는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2016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생 3461명 가운데 단 5.3%만이 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대기업(32.3%)·공기업(25.4%)·중견기업(13.3%)·외국계(8.5%) 선호도보다 현저히 낮다.

취업할 수 있는 기업체를 묻는 항목에 중소기업을 꼽은 응답자는 15.4%에 불과했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장수생’이 속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올해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미스매치’…중소기업 조기 퇴사율도 증가 추세

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미스매치(Mismatch)’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소기업의 △낮은 연봉 △비전 및 시스템 부재 △구시대적인 조직 문화 등이 꼽힌다. 지난 7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중소기업 779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10명 중 7명(69.4%)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997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대기업 임금의 85% 수준이던 중기 임금 수준이 지금은 61%까지 떨어졌다고 중소기업중앙회는 밝혔다. 중소기업의 조기 퇴사율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300인 미만 기업의 퇴사율은 32.5%로 2014년(31.6%) 대비 0.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의 퇴사율은 같은 기간 11.3%에서 9.4%로 하락했다.

현재 취업 준비생인 박모 씨(29)는 지난해 중소 편집디자인회사를 다니다가 3개월 만에 그만뒀다. 1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밥 먹듯 하는 야근과 상사의 폭언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몇 년 후에도 연봉이 제자리걸음일 거라는 막막함이 컸다”며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보다는 회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열정페이를 원하는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가 간극 ‘일자리 질’ 높이는 게 우선

이러한 중소기업과 청년구직자 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중소기업계는 주장한다. 노동시장 구조가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이중구조로 고착화됐으며, 대기업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유지에 드는 비용이 협력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임금격차가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중소기업의 취약한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중소·중견기업의 미래 기업가치나 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미래성과공유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직원의 보상을 강화해야 인재가 유입되고,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40% 가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당연히 중소기업에 가기를 꺼린다”며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려면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재원(財源)이 부족하다. 그 재원을 미래성과를 통해 만드는 것을 약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만명 수준인 내일채움공제 가입대상자도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의 핵심 인재가 5년 이상 근무할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공동적립한 기금으로 연봉을 올려줘 인력 이탈을 막고 장기 재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앞으로 5년동안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