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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기국회의 꽃’인 국감이 여야 강대강 대치로 정상적 진행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감 파행과 관련, 일정을 2~3일 연기하자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각 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고 현실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선의 전초전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여야 모두 ‘밀리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어 기싸움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2곳의 국감장에선 여당 의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당에선 외교통일위 간사인 윤영석 의원과 환경노동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국회운영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여당 입장만 전한 뒤 한 시간 만에 퇴장했다.
여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에 대한 야당의 대응방식도 온도차를 보였다. 더민주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감장에선 야당 의원만으로 반쪽 국감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은 야당 의원들만 업무보고를 받고 질의했다. 국민의당이 사회권을 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산업통상자원위는 여당 의원들이 참여할 때까지 오전 국감을 정회한 채 오후에 속개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국방·안전행정·정무위는 국감을 개회조차 못했다. 대신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촉구 1인 릴레이 시위와 이정현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포하고 대야공세에 나섰다.
신(新)여소야대 정국이자 3당 체제 하에서 여야는 각종 현안을 두고 판판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원구성 협상 당시에는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대치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사상 초유로 야당 단독으로 실시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일엔 정 의장의 개회사를 놓고 충돌하면서 본회의 파행이라는 불협화음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거대 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당과의 합의를 엎어버리거나 조롱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집권당인 여당은 표결 불참이나 일정 보이콧 등 과거 야당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여야의 협치는 온데간데없이 대치만 남은 형국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정쟁뿐인 국감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에서 “이번 국정감사가 또 여야 대치와 파행을 반복한다면 이제는 ‘발전적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도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