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쇼핑, 성범죄 사건 축소 의혹…자체조사로 마무리

홈쇼핑MD, 부서 여직원 성추행…K쇼핑 "성 관련 문제행위 있었지만 성범죄 여부 모르겠다"

오세영 KTH 사장./사진=KTH 제공

K쇼핑 디지털홈쇼핑 방송화면/사진=KTH 제공

KT그룹 계열사로 국내 유명 홈쇼핑채널인 ‘K쇼핑’을 운영하는 KT하이텔(KTH) 사내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KTH 소속 홈쇼핑MD(상품기획자) A씨는 지난 3월 같은 부서에 근무 중인 여직원 B씨와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A씨는 이 자리에서 B씨에게 지속적으로 지나친 스킨십 등 뚜렷한 성적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는 행동을 했다. B씨는 이후 A씨에게 그러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B씨는 이후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갔지만 곧바로 A씨가 따라왔다. 이 때도 A씨는 B씨에게 다가와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심지어 B씨를 강제로 인근 모텔로 끌고가기도 했다. 다행히 B씨는 모텔에서 탈출해 큰 위기를 넘겼다.

이 같은 사건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KTH에서도 인지하게 됐다. 하지만 사건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처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모색하기보다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H는 사건 발생 후 A씨에게 사직할 것을 요구했고 이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사실상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A씨는 다른 홈쇼핑업체로 이직해 현재까지 홈쇼핑MD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대외적인 이미지 추락 등 회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적극적으로 숨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사건은 단순히 특정 부서에서 어떻게든 숨기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H 관계자는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성희롱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 차원에서의 조치를 통해 사건을 조기에 끝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KTH 관계자는 “사내 성희롱 고충 민원이 접수돼 당일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피해자에게는 재택근무 조치를 내렸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당일 즉각 퇴사조치 등으로 격리를 시켰다”며 “성 관련 문제행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즉각적인 신고 조치 여부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 측의 입장도 약간 차이가 있고 성범죄라고 판단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