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이 금 9, 은 3, 동메달 9개로 종합순위 8위 성적을 내면서 리우올림픽이 22일 폐막됐다. 우리 국민들은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함께 했다. 남자축구대표팀과 여자배구팀이 8강전에서 탈락했을 때 아쉬워했을 뿐 패배에 대한 봇물 같은 비난은 없었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자부활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레슬링 김현우 선수에게 당신은 국가대표선수라며 격려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가 "죄송하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뭐가 죄송하냐며 반문하고 메달이 다가 아니라고 위로했다. 태권도 이대훈 선수는 졌을 때 상대편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었는데 그런 우리 선수의 모습에 우리는 흐뭇해했다.
메달 개수에 집착하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반가운 징표다. 사실 사회경제적 후진국일수록 후진국 콤플렉스를 메달 개수로라도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 브라질 국민들이 "한 달간 쓸 올림픽 경기장을 짓는데 이렇게 큰돈을 써도 되느냐"고 항의하며 올림픽에 반대했는데 이는 우리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앞으로 국가적으로 양성하는 선수들만 스포츠에 몰두해서 메달 따기에 전념하는 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르는 다양한 스포츠를 하나쯤은 즐기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이번 올림픽에서 엄청난 정신적 부담감 속에서도 훌륭하게 이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도 있었다. 박상영 선수는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1점을 주면 지는 상황에서 4점차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에 임해서 남들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4점차로 지고 있더라도 상대와 내가 실력이 비등하다면, 이번 라운드에서 내가 점수를 얻을 확률과 잃을 확률은 반반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살려 최선을 다하고 운이 따른다면, 이번 라운드에서 포인트를 딸 수 있다. 정말 포인트를 따내면 또 다른 라운드를 해볼 기회가 기다린다.
어떤 소년이 자라나 국가 육상대표가 될 확률, 더 나아가 올림픽과 같은 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은 대부분의 소년에게 거의 영에 가깝게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소년이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대표가 될 가능성은 그리 절망적이 아니며, 학교 대표가 된 소년에게는 그 지역 대표가 되는 것도 그리 절망적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한 단계씩 불가능해 보이는 확률을 이기고 나면 올림픽에서 우승할 확률조차 가시적인 범위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골프의 박인비 선수도 또 다른 의미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지만 "후배에게 양보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다고 한다. 올림픽 직전 국내대회에서 컷오프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허리와 손가락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스윙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하지만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여자골프 마지막 4일째 2위와 5타차로 여유 있게 리드하면서 시작했지만 박인비는 거의 금메달이 결정적인 17번 홀에서조차 은근 미소조차 입가에 짓지 않았다. 과연 골프계의 돌부처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18번 홀을 파로 마치고서야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경기 후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생각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 퍼팅까지 온 신경을 집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선전한 이 선수들은 우리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음미하게 했다. 너무 어렵다며 쉽게 좌절하지 마세요. 조금 잘된다고 방심하면 안돼요. 이들은 그들의 행동으로 평범하지만 울림이 큰 삶의 지혜를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