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회계오류 수정으로 2015년 기존 사업보고서보다 순자산이 1906억원 감소했다. 한진중공업은 “선박 건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이에 대한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선박 발주처의 재정난으로 채권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손실액 등 오류가 있어 연결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부실 회계처리를 뒤늦게 시인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 수정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감사 결과 간신히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에 나선 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영업이익을 부정적으로 전망해 이연법인세 자산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총 영업손실 4499억원과 당기순손실 1조1895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이어 대규모 적자를 이어나갔다.
대우조선해양은 발주사인 앙골라 국영석유업체 소난골의 경영난까지 더해지며 1조원여에 달하는 드릴십 2호기의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양측은 다음달 30일까지 인도를 노력해보자고 협의했지만 아직 자금조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전직 경영진에 이어 현 경영진의 분식회계 의혹까지 겹치자 정성립 사장의 경질설마저 나돌고 있다.
업계가 부정적 전망으로 점철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어렵게 수주에 성공한 계약 기회마저 놓칠 상황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은 신규 선박 수주에 대해 선수금 지급보증(RG)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급보증에 나서겠다는 은행이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수주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에게서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돌려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조선업 여신 부실로 적잖은 손실을 본 은행들은 신규 지급 보증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조선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 ‘기업의 윤리경영’이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전문 경영인들의 수명이 짧아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대한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고 경영인들의 윤리 의식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