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짜리 상품 사러 오는 고객 대접받고 싶은 욕구 못 미치는 서비스
2~3층 이상 건물 통째 쓰는 수입차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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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안티 현대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K씨(35세·남)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영업마인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오죽하면 ‘현대차는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유행어가 있다. 팔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영업마인드를 비꼰 말인데 인터넷에서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자동차 브랜드 현대·기아차가 거세지는 수입차의 공세 속에서 ‘고객만족’이라는 과제를 요구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영업점 수는 1560여곳(8월 현재 현대차 828곳, 기아차 729곳)에 달한다. 이중 절반가량이 직영점이고 나머지는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촘촘한 영업망을 갖춘 점은 큰 무기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영업점이 전국 각지에 분산되다 보니 상가건물의 1층에 위치한 중소규모의 매장이 대부분이고 시설 수준도 각양각색이다.
반면 수입차 영업점은 인구유동성이 높은 입지에 웅장한 규모로 들어선 경우가 많다. 2~3층 이상의 건물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영업점도 상당수고,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건물을 신축한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산차 매장은 평범한 데 반해 수입차 매장은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는 고객응대 방식에서도 수입차에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친절은 기본이고 발렛파킹과 케이터링서비스 등 고객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수입차 영업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자동차는 B2C 거래(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물건 중 가장 비싼 상품이다. 수천만원짜리 상품을 사는 고객 입장에서 대접 받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것”이라며 “국산차 업계의 서비스 정신도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수입차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사문화에서 파생된 수동적인 판매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 직영점 영업사원들은 정식으로 노조에 가입된 직원들로 업계 최고 수준의 고정급을 받는다. 인센티브에 사활을 거는 대리점 영업사원과는 판매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직영점들이 휴일 근무에 소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유수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대·기아차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빠른 속도로 수입차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현대·기아차는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로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전담 조직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했다. 공식 블로그에는 ‘오해와 진실’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각종 루머에 적극 해명하고 있고, 지난 4월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40명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개최하는 등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한때 일본내 수입차 점유율이 11~12%까지 올라갔던 때가 있었지만 토요타·닛산 등 토종업체들이 고객 중심의 마케팅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면서 현재는 8%대로 낮아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자동차업계에서 고객만족 서비스 강화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