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1921~1968)의 1965년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앞부분이다. 암울한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김수영은 현대 문명과 현실을 비판하고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은 시인으로 현대 시문학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시즌 프로그램 마지막 작품으로 올리는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연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시인 김수영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 연극이다.
연극은 김수영이 남긴 시와 산문은 물론 그의 주변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된다. 특정한 작품을 쓸 때 개인사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등을 추적, 작품 하나하나에 스민 김수영의 일상적 면모를 격랑의 현대사와 함께 드러낸다.
작품 구상 과정에서 작가와 배우들이 겪은 고민을 극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오가기도 한다. 김수영의 시를 이해하면 그의 일면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시를 읽고 주변인들을 만나는 과정이 극에도 담긴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쓰고 연출한 김재엽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연극·TV·영화에서 두루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강신일을 비롯해 정원조, 오대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11월 4~30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2만5000원.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