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파행으로 9월 정기국회의 일정을 한 달 이상 허비한 국회는 이제 비로소 7일부터 27일간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일반인들 224명이 확정되고 60여명이 신청된 상태다. 여기에 국내 굴지의 기업체들의 대표이사나 사장, 회장 등이 증인으로 대거 포함되고 있다. 이것이 국정감사인지 아니면 기업감사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공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들은 속성상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과 기각이라는 감시가 상시로 작동하고 있다. 정말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인 증인 채택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해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성격의 세금을 재원으로 해서 공급하는 국방 서비스 등 행정부의 업무는 시장의 상시적 감시체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주마간산 격인 국정감사라 해도 필요할 수 있다.
사실 삼권분립을 해서 국회에 국정감사를 하는 권한을 준 까닭은 국민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의 부실, 규제권력의 부당한 행사 혹은 정경유착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에 충실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대표로 뽑아준 국민들, 특히 기업들의 회장, 부회장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내는 기회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증인, 특히 일반 증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국감에 출석한 증인 수는, 실제 감사일수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기관증인 수가 2004년에 비해 1.2배 늘어난 것에 비해 일반증인은 2.5배 증가했다. 그리고 일반증인 중 62%는 기업·단체·협회소속의 민간 증인이었다. 행정부 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 불릴 만하다.
더구나 막상 불러내고는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한 후 아예 질의가 없거나 몇십 초의 답변을 듣는 데 그친다면, 그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할수록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더 저렴하고 만족스럽게 충족시키기 위해 골몰하기보다는 대관업무, 특히 대국회업무에 열중하게 된다.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인 소비자들이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되도록 우리나라의 유력 기업인들을 불러내려고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해서 유무형의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연한 의심을 살 가능성이 있는 국회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증인 채택을 재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