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은 차기 대통령 선거(대선) 후보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대 주주(지분율 18.6%)로 있는 회사여서 시장 우월적 지위를 기반으로 IT 벤처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 의원은 안랩 창업주로 ‘벤처 신화’를 일궈낸 벤처 1세대 출신이다.
24일 국내 IT 벤처업계에 따르면 메모 플랫폼 앱 ‘메모디스’ 서비스업체 이즈포유는 지난달 중순 협력업체로부터 안랩 기업용 통합보안 솔루션 ‘V3 인터넷 시큐리티 8.0’에서 메모디스 실행 파일 2개를 자동 차단·삭제한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해당 파일이 악성코드가 아니라는 소명을 안랩 측이 인정했는데도 여전히 유해 가능 프로그램(PUP·Potentially Unwanted Program)으로 판정돼 자동 차단·삭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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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은 애드웨어 판정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등 명확한 애드웨어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개인용 백신(V3 라이트)에서는 검사 결과에 아무런 문제 없는 앱을 기업용에서는 PUP로 판정하는 식이다. 정부 중소기업 기술혁신과제로 선정돼 자금 지원을 받는 메모디스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백신 사용자가 오진 여부를 문의할 수 있는 핫라인도 구축하지 않았다. 백신 검사 결과가 오진이더라도 유선이 아닌 안랩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문의해야 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이즈포유는 오진 문제가 불거지고 보름이 지난 이달 5일 안랩 측과 단 한 차례 전화로 대화할 수 있었다. 종전에는 지난달 17일과 이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안랩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문의한 게 전부였다.
세 차례에 걸친 대화에도 안랩 측이 애드웨어 판정 이유 등을 밝히지 않은 채 항의 절차로 내용증명 등 공문 발송을 요구해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최문성 이즈포유 대표는 “안랩의 불투명한 애드웨어 기준으로 제품 개발에 몰두해야 할 시간을 오진과 오명을 벗는 데 빼앗기고 있다”며 “안랩은 신속·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을 안일하게 대처해 IT 벤처기업을 죽이는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랩 관계자는 “메모디스는 악성코드가 아닌 PUP로 진단하고 있다. PUP는 사용자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용자 동의 절차가 있지만, 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기업 사용자들이 해당 기능을 원해 수동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탑재했다”고 해명했다.
안랩은 국내 백신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안랩의 국내 유료 백신 시장점유율은 63.2%에 달한다. 공공 시장에서 점유율은 더 압도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56곳의 안랩 백신 사용률은 85.71%에 이른다.
실질적인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랩이 국내 1위 포털업체 네이버의 무료 백신 ‘네이버 백신’에 백신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데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보안업체 에스원과 함께 중소기업용 백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랩의 애드웨어 판정으로 벤처업체의 존폐가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