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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주원섭 숲 해설가 “숲은 나의 평생사무실”

[희망 100세 시대] 주원섭 숲 해설가 “숲은 나의 평생사무실”

기사승인 2012. 11. 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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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으면 생활의 리듬이 무너집니다. 무엇보다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합니다."

숲 해설가 주원섭(61)씨<사진>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자택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가량 차를 몰고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 자연휴양림으로 출근을 한다.

주 씨의 지인들은 "숲 해설가를 하면서 사서 고생한다"며 "기름값이 더 드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주 씨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소중하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사실 주 씨는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21사단의 부사단장을 거치고 전역을 했다. 34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주 씨는 연금만으로도 살림살이에 큰 문제가 없다.

"한 달에 기름값만 30만원정도 쓰고 숲 해설로 많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저에게 일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주 씨는 지난 2007년 5월 전역을 한 후, 직업없이 살았던 약 1∼2개월동안 일상 생활이 무너졌었다고 고백했다.

"34년간 칼같이 기상하는 군생활을 했지만, 일없이 집에 있다보니 일주일만에 아침도 거르고 심지어 세수도 안하는 상황이 벌어지더군요.(웃음)"

"100세까지 건강히 살기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생 선배로서 퇴직 후에는 가장 먼저 일자리를 구하라고 충고합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주 씨는 원래 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전국을 돌며 3000여종의 야생화를 수집했다. 퇴직의 순간이 오자 주씨는 산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근무지인 강원도 양구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재취업하려고 시도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전역 후에 이력서를 쓸려고 하니 막막했습니다. 부사단장까지 지냈지만 이력서의 두 줄을 넘길 수가 없더군요."

이후 국가보훈처에서 진행하는 군 전역자 교육을 통해 숲 해설가라는 직업을 알게됐고, 숲연구소에서 1년여의 수료기간을 거쳐 산림청에서 공인한 숲 해설가 직함을 얻게 됐다.

숲 해설가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은 자연 휴양림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숲의 생태계와 역사를 설명해 주는 일을 한다. 나무와 꽃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고, 치유의 공간으로서 숲을 제시하는 것이다.

"숲을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숲이라는 공간을 제시하고 접근시키는 게 숲 해설가가 할 일입니다."

"동창회 모임이 교육을 오면 어릴 적에 숲에서 뛰어놀았던 일들을 쉼없이 쏟아냅니다. 이들에게는 제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숲이라는 치유의 공간이 이미 제공됐기 때문이죠."

숲 해설가인 주원섭씨가 지난달 축령산 자연휴양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을 하고 있다.

주 씨는 숲 해설가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함이 크게 늘었다. 축령산 자연휴양림 숲 해설가를 비롯해 숲연구소 상임이사, 국가보훈처 보훈원 취업 전임강사(JM커리어), 숲생태지도자협회 목본류 강사, 숲나들이 대표 및 강사 등 두 줄을 채우지 못했던 이력서가 이제는 A4용지의 4장으로 변했다.

주 씨는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숲 해설가를 추천한다. "숲 해설가에 대한 수요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점차 늘고 있습니다. 특히 퇴직자에게는 숲과 함께하는 매력 안에서 평생을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씨에게 부인은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다. 주 씨의 부인인 전영순(59)씨도 현재 분당과 성남 등 서울 근교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숲 해설가의 매력에 빠지면서 전업 주부였던 부인에게도 권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해 망설였지만, 숲 해설가가 된 지금은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저보다 숲 공부에 열심입니다."

국내 1호 숲 해설가 부부인 주 씨 부부는 온라인에서는 곰취와 각시취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현재 주 씨 부부는 취스토리(http://cafe.daum.net/chuistory1217)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숲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주 씨에게 숲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숲은 곰취(주원섭씨 필명)의 평생 사무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숲 해설가인 주원섭씨(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2008년 가을 봉화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숲의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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