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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평생 일한 베이비부머…은퇴 뒤에는 쉬고 싶다

[희망 100세 시대] 평생 일한 베이비부머…은퇴 뒤에는 쉬고 싶다

기사승인 2012. 11.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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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앞둔 50대 공무원 “자식 뒷바라지 위해 아직은 은퇴 못해”
윤희만씨(오른쪽)가 동료와 함께 퇴근하고 있다. 윤씨가 얼굴 공개를 꺼려 뒷모습을 촬영했다.

아시아투데이 이정필 기자 = 4급 공무원인 윤희만씨(57)는 요즘 출근길이 무겁다.

동년배 직장 동료들이 줄이어 퇴직을 하고 후배들은 하나 둘 치고 올라와 승진하는 바람에 눈치가 보여 도무지 일할 기운이 안 나는 탓이다.

여기다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이 찾아와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뒤로는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그나마 30년 가까이 근속한 덕분에 퇴직을 하면 월 200만원대 연금을 평생 보장받는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하지만 아직 대학생인 막내딸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만 버티자고 스스로 위로하며 윤씨는 오늘도 이불을 걷어내고 넥타이를 동여맨다.

-언제쯤 은퇴를 계획하고 있나.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명예퇴직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입사 동기나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들이 퇴직하는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직장에서 눈치가 보여 앉은 자리가 늘 가시방석이다. 윗자리로 승진한 후배에게 존칭을 붙이는 것도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어서 은퇴해서 아침에 늦잠도 맘껏 자고 책도 보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지만 최소 1~2년은 미뤄야 할 것 같다.”

-은퇴를 미루는 이유는.

“자식 가진 부모라는 게 모든 이유다.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큰아들은 학업을 마치고 지난해 취직했다. 생활비로 매달 50만원을 보탠다. 받아서 장가보낼 밑천으로 정기적금에 넣고 있다. 아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 지금 사는 아파트를 팔아 작은집으로 이사 가고 전세자금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둘째딸은 대학 3학년인데 딸이 졸업할 때까지는 직장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노후대책은 세워놨나. 자금은 넉넉히 마련했는지.

“남들처럼 연금보험이나 정기적금을 들어둔 건 없다. 보험사를 다니는 친구의 부탁으로 보험을 들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목돈이 필요해져 다 해지했다. 장모님이 중풍으로 쓰러져 입원하셨을 때는 정기적금을 깼다.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둔 뒤 평생 가정주부로 살았다. 퇴직 후 나올 월 200만원 초반대 공무원 연금이 노후 월급이다. 평생 보장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명이 점점 늘어날수록 부부 중 한명은 공무원인 게 유리할 것이다. 지금 사는 아파트를 팔거나 세를 주고 애들 시집 장가보내면 그럭저럭 노부부 둘이 굶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식들이 용돈이라도 조금씩 주겠지 생각한다.”

윤씨는 부부가 아프지 않고 큰 병 없이 여생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은퇴 후 계획을 세워둔 게 있다면.

“앞서 퇴직한 동료들을 보면 유관기업에 재취업하기도 하고 가게를 차리기도 하던데 당분간은 푹 쉬고 싶다. 평소 술 담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올해 초 갑자기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했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 뒤로는 평생 취미인 테니스를 많이 줄였고 하더라도 격하게 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은퇴를 하면 몇 년간은 친구나 아들과 낚시도 다니고 책도 보고 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먼저 은퇴한 친구들은 1년만 쉬어도 마누라 눈치가 보이고 좀이 쑤셔서 다시 일하고 싶어질 거라는데 지금은 공감이 안 간다. 30년 가까이 일만 하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

-재취업과 창업 중 선택하게 된다면.

“평생 사무직 공무원으로 있다 보니 직무 외에 별다른 능력이나 특기가 없다. 먼저 명예퇴직한 동료들을 보면 아무래도 관련 직종으로 재취업을 많이 가는 편이다. 그게 아니라면 비교적 손이 많이 가지 않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 등을 차리고 아르바이트를 쓰는 친구도 있다. 로열티와 인건비를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지만 조금이라도 생활비에 보탬이 된다면 고려해볼 것이다. 은퇴 뒤에는 연봉을 따지기 보다는 건강도 챙기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차분히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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