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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라이벌 업체 회장 만나 ‘형님’이라 부른 신세계 정용진…왜?

[취재후일담] 라이벌 업체 회장 만나 ‘형님’이라 부른 신세계 정용진…왜?

기사승인 2023. 1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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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과 주유,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

같은 시기에 태어나 1등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라이벌들입니다. 라이벌의 존재는 성장의 좋은 밑거름이자, 관련 업계의 발전을 불러오죠.

현재 유통업계에도 유명한 라이벌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인데요. 이들은 마트, 패션, 식품, 면세 사업, 호텔을 넘어 최근에는 '야구'에서도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야구단인 SSG 랜더스 창단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업과 야구를 연결할 것이다. (롯데)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롯데를 도발한 적이 있을 정도죠. 이로 인해 정 부회장은 13살 위인 신 회장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정 부회장이 '야구판이 커지길 원해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을 정도로 꽤나 논란이었던 사건이죠.

당연합니다. 신 회장이야말로 유통업계의 왕좌를 지켜온 군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왕좌 탈환을 노리는 신흥세력으로 비춰지곤 합니다. 이들의 나이, 성향, 배경 등을 미뤄봤을 때 가장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펼쳐지는 건 필연으로까지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취재 중엔 "사석에서 만나면 두 사람은 싸울 수 있다"는 농담 섞인 말까지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유통업계 한 고위직 관계자는 기자에게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종종 술자리를 가지곤 한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심지어는 "의견을 나누고 서로 조언을 구하는 사이로 알고 있으며 서로를 지칭할 때도 '형님', '정 부회장'이라 칭한다"고도 얘기해 줬죠.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라이벌 구도 속에선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둘의 친분이 상당할 것 같은 증거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신 회장이 정 부회장에 호텔롯데의 6성급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의 이용을 직접 권했고, 정 부회장도 그 요청을 받아들여 하룻밤을 묵었다는 일화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두 사람의 성격도 하나같이 기업 총수같이 않고 '소탈하다'는 목격담도 있습니다.

자 이제 확인해 볼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두 오너가 실제로 친한지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친분은 실제로 확인이 어려운 유통업계의 낭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일상화된 오늘날 이들의 관계가 좋다는 소문은 그리 나쁜 일도 아닙니다. 이 기사로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진짜로 술잔을 기울이게 돼 국내 유통업계에 새 바람이 찾아올 수도 있죠. 어쩌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리장도(笑裏藏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비록 사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경쟁이 미덕처럼 보이는 재계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두 유통 거물들이 힘을 합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유통, 아니 재계의 역사가 새로 쓰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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