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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바나나, 1988년에는 왜 그렇게 비쌌니?

응답하라 바나나, 1988년에는 왜 그렇게 비쌌니?

기사승인 2016. 01. 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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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플 보도자료 이미지
스미후루의 바나플.
최근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바나나 한 송이를 가족끼리 소중히 나눠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바나나가 너무 흔해진 현재와는 다른 모습에 화제를 모았다.

5일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 종합물가총람에 따르면 1988년 바나나 한 개의 가격은 2000원대였다. 당시 바나나 17개가 붙은 한 송이의 가격은 약 3만4000원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비행기(항공요금 2만5900원) 요금보다 비쌌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소고기(500g 5080원)를 먹은 후 버스(140원)를 타고 해운대로 가서 맥주 2병(500ml 620원)과 담배 한 갑(1갑 500원)을 사고도 1140원이 남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당시 바나나는 왜 비쌌을까? 원인은 바나나 공급 부족에 있다. 1988년 국내 인구수는 4000만 명인데 반해 바나나는 필리핀과 대만에서 1만3000톤 가량 수입됐고, 제주도에서 소량 재배 됐다. 바나나 3상자만 있어도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바나나 수입량이 적었던 이유는 국내 바나나 농가 보호를 위한 수입 제한 정책과 필리핀과 한국간의 구상무역 때문이다. 구상무역이란 양국간의 수출과 수입량을 균일하게 하는 것으로 필리핀이 수입하는 한국 제품이 적었던 만큼 한국도 필리핀 바나나를 마음껏 가져 올 수 없었다.

그러나 바나나의 운명은 1991년 바뀐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바나나 수입제한이 풀리면서 그 해에만 31만 톤이 수입됐고 가격은 급락했다. 91년 초반에는 바나나를 다뤄보지 않은 업자들까지 사업에 뛰어 들면서 공급이 넘쳐 나기 시작했다. 바나나를 가득 실은 배가 입항을 했으나 저장 창고가 모자라 헐값에 근처 러시아로 팔거나 바다에 버린 바나나가 수십 톤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어느 순간 없어서 못파는 과일에서 흔한 과일이 된 것이다. 1988년도에서 다시 2016년도로 돌아오면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현재 인구수는 2014년 기준 5000만 명, 바나나 수입량은 35만9000톤으로 88년보다 인구는 1000만 명 정도 늘었지만 바나나 수입량은 35배나 증가했다. 현재 한중일에서 소비되는 바나나의 97%이상은 필리핀 산이다.

그렇다보니 바나나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먹는 수입 과일이 됐다. 과거의 위상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바나나가 현재도 잘 팔리는 인기 요인으로는 달콤한 맛과 우수한 영양, 가격 대비 풍족한 양, 사계절 식용이 꼽힌다. 바나나는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취하게 하는 행복호르몬 세르토닌을 생성하는 물질인 트립토판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또한 바나나의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바나나도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게 됐다. 바나나 전문 글로벌 청과 기업 스미후루는 2014년부터 ‘사과 맛이 나는 바나나, 바나플’과 ‘필리핀 생산량 1%, 로즈바나나’를 판매 중이다.

바나플은 피부 건강과 노화방지에 좋은 베타카로틴, 폴리페놀을 함유했다. 껍질 부분의 갈변은 빠르지만 하얀 속살은 오래도록 유지된다. 냉장보관이 가능해 오래도록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로즈바나나’는 사과(12.3브릭스)보다 2배 달콤한 24브릭스(Brix)의 높은 당도와 크리미한 식감을 자랑한다. 항산화작용을 돕는 토코페롤(비타민 E)이 일반 바나나 보다 높다.

돌(Dole)은 오랜 후숙 과정을 통해 과육의 색이 황금 오랜지 빛을 띄는 라까딴바나나를 판매하고 있다. 일반 바나나에 비해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고 피로 회복에 좋은 구연산 함량이 높다. 또한 국내 최초로 쓰리랑카 바나나인 실론바나나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제주산 바나나와 남미의 에콰도르, 페루산 바나나 등 다양한 국적의 바나나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바나나가 흔해지면서 사과 맛이 나는 새콤달콤한 바나나가 등장하거나 다양한 국적의 바나나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의 상황을 보며 1988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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