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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넘치는 열정의 ‘방잇골 풍물단’, “앞으로 펼쳐질 노후가 기대돼요”

[희망 100세 시대] 넘치는 열정의 ‘방잇골 풍물단’, “앞으로 펼쳐질 노후가 기대돼요”

기사승인 2012. 12. 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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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활동 즐기는 단장 손봉자 씨…"새로운 인생을 찾게 됐어요"
방잇골 풍물단 단장 손봉자 씨/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정지희 기자 =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앞으로 펼쳐질 노후가 정말 기대돼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1동 주민자치센터 내 연습실을 방문해 구슬땀을 흘리며 풍물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방잇골 풍물단'의 단원들을 만났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선 채 북과 장구, 징, 꽹과리 등을 두들기며 몸을 흔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50대 중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수줍은 소녀처럼 도망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신문에 예쁘게 나오려면 힘들어도 웃으면서 연주해야 한다"고 소리치며 깔깔 웃는 이들도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한 단원은 "집에 있을 때는 몸 구석구석이 쑤셨는데 나와서 한 바탕 놀고 나니 씻은 듯이 나았다"며 연신 북채를 휘둘렀다.

방이1동에 거주하는 주부 및 가장들로 이뤄진 '방잇골 풍물단'은 올해로 결성 7년째를 맞이했다.

단장 손봉자 씨(57)는 "동네에 행사나 잔치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이 직접 풍물놀이를 선보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풍물단을 만들게 됐다"며 "원래 25명 정도의 단원들이 있지만 요즘은 김장철이라 연습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손 씨를 비롯한 방잇골 풍물단 단원들은 매주 수, 금요일마다 두 시간씩 연습을 한다. 손 씨에 따르면 처음에는 힘들다며 꾀를 부리던 사람들도 지금은 "풍물놀이를 하며 땀을 빼고 나면 몸이 아프다가도 금세 가뿐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방잇골 풍물단/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방이1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까지 초청 받을 정도로 프로의 실력을 갖추게 된 방잇골 풍물단. 그렇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풍물놀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 가락의 멋과 흥겨움에 빠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젊은 시절 꿈이요? 저희 때 여자들은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냥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다들 현모양처라고 답했죠. 결혼을 하면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었어요. 지금은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요."

각자의 취미를 즐기며 노후를 대비하고 있는 '방잇골 풍물단'의 단원들 가운데서도 손 씨는 단연 가장 바쁜 사람이다.

풍물연습이 없는 날에는 그가 직접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55년생 모임 카페 회원들과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도 하고, 우리 가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남도창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남산 한옥마을에서 국악 공연이 열릴 때마다 보러 가고 있으며, 친구들끼리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가는 날도 많다.

기타와 색소폰을 배운 적도 있으나 오랜 시간 장구채를 쥐고 있다 보니 왼손 새끼손가락이 휘어지는 바람에 더 이상 연주를 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손 씨는 "풍물놀이가 여간 즐거운 게 아니라 손가락이 아픈 줄도 모르고 하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주부들이 뭔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저는 저 일들을 모두 하면서 가사일도 하고 있고 며느리들 대신 손자도 봐주고 있는걸요. 대개 동네 엄마들끼리 모여서 차 마시고 수다 떨면서 바쁘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요. '100세 시대'잖아요. 아직 살아야 할 날이 40년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매일 시간을 버리면서 살 수는 없죠."

잠깐의 휴식시간동안 옹기종기 모여앉아 귤을 까먹던 단원들은 손 씨의 말에 "맞아, 맞아"라고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입을 모으는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손 씨는 현재 노인 상담사 자격증과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풍물을 가르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며, 100세 시대를 대비해 훗날 당신이 노인이 됐을 때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가족들 또한 매일 쉴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손 씨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가 젊은 주부들에게 꼭 하는 말이 '최대한 일찍 취미 생활을 시작해라'는 거예요. 물론 엄마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정말 내가 내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가 있어요. 단순히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고, 자격증을 딴다면 더욱 좋겠죠. 지금 저는 내면을 풍요롭게 가꿔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웰다잉 지도사 자격증과 자살 예방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죠. 손자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미술 공부에도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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