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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맡기면 종이 두 장… 판결문 공개가 핵심”

“AI에 맡기면 종이 두 장… 판결문 공개가 핵심”

기사승인 2024. 05. 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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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AI가 바꿀 '패러다임'
판사 업무 줄이고 접근성도 향상
법원·리걸테크 등에서 검토 활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필요" 지적

 "예컨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 1심 판결문이 3200쪽인데 어떤 국민이 어느 세월에 다 봅니까? 법조 AI(인공지능)에 맡기면 종이 두 장이든, 2000자든 요약 가능해집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고, 판결 작성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입니다."


36년간의 법관 생활을 최근 마친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66·사법연수원 14기)는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법조 AI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읽기 어려운 판결문은 그 원인이 '법률용어·법리·분량'에서 비롯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아무리 방대한 글과 어려운 용어라도 쉽게 풀어주는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판결문 작성에 대한 판사 업무를 줄이고 일반인의 판결문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생성형 AI' 중심 도입 중…"AI가 쉽게 요약 가능"

2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법조계에서는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한 '요약 시스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일컫는다. 특히 판결문은 글의 형식과 구조가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생성형 AI 활용해 더 큰 효용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곧 도입을 앞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안에 담당 사건의 유사 판결문 10개를 자동 추천해 주는 AI 모델을 적용했다. 본래 오는 9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보다 면밀한 점검과 시스템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잠정 연기된 상태다.

국내 법조 산업계도 생성형 AI를 선보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대규모 법률문서 요약 등 기능을 담은 B2B 서비스 '슈퍼로이어'의 올해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NIPA 역시 'AI 법률보조 서비스 확산'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발목 잡는 '판결문 공개'…"개정·보완 필요"

법조 AI의 발전에 따라 일반 국민들도 어려운 판결문을 손쉽게 요약해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AI 발전의 가속화를 위해선 '판결문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습할 데이터가 많아야 AI 기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전면적인 판결문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법원의 판결서 열람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판결문은 이미지 형태의 PDF 파일로 텍스트 변환과 기계 판독이 불가능해 AI 학습에 부적합하기도 하다.

강 전 부장판사는 "AI가 본격 도입되면 '판결문 간이화(간소화)' 등을 논의할 전제조차 무너진다. 사람이 직접 작성할 필요 없이 판결문 작성에 필요한 '부속품 문장'을 AI가 다 만들어 줄 수 있다"며 "AI가 엔진이라고 하면 판결문은 휘발유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연료가 되는 데이터가 없으면 안 된다. 국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개정하거나 따로 입법 과정을 통해 '판결문 공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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