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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서 개인전 강서경 “수만 마리 꾀꼬리들 풀어져 있는 풍경”

리움서 개인전 강서경 “수만 마리 꾀꼬리들 풀어져 있는 풍경”

기사승인 2023. 09. 0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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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풍경화가 3차원으로 펼쳐져 공명하는 듯해"
암 투병하며 전시 준비...신작 영상 등 130여점 선보여
강서경 작가
강서경 작가./사진=전혜원 기자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여/ 구십 삼춘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든고/'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대표곡인 '버들은'의 노랫말이다. 리움미술관이 선보이는 중견 작가 강서경의 개인전 제목이자 작가의 신작 영상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이 노랫말에서 비롯됐다.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을 실을 짜는 북으로 표현한 이 노랫말처럼 강서경의 전시는 여러 작품들을 씨실과 날실로 연결된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놓았다.

그 풍경 안에는 옛 그림 속 산의 능선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각 설치 연작 '산'도 있고, 작은 화문석(돗자리)이 무대가 되는 조선시대 1인 궁중무용 '춘앵무'에서 착안한 '자리' 연작, 아담한 키의 사람 같기도 한 설치작 '좁은 초원', 모빌 형태의 '귀' 연작 등이 함께 한다.

전시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가 3차원으로 펼쳐져 공감각적으로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강서경은 4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수만 마리의 꾀꼬리들이 풀어져 있는 상태"라며 "그간 다양한 형식과 재료들을 사용하며 고민해왔던 것들을 한데 모은 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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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강서경 스튜디오·리움미술관
또한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지 많이 고민해 왔다"며 "옛 기억들, 시서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추적해보고 싶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을까 고민하면서 이를 풀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은 강서경은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평면 회화에 머물지 않고 조각과 설치, 영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작가다. 그가 암 투병 중에도 준비한 이번 전시는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130여점을 소개한다.

리움미술관 로비의 대형 미디어월에서 펼쳐지는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고리'는 전시 공간에 펼쳐진 작업들을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한 작품이다. 검은 사각의 시공간 속에서 중력과 원근을 무시한 채 나타나서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요소는 관람객의 공감각을 자극하고, 신체와 사물, 풍경을 대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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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의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꼬리'/강서경 스튜디오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강서경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연대의 서사를 펼친다"며 "작가는 이를 통해 나,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서경은 전통에서 참조할 점을 가져와 현대미술의 언어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승화시킨다"며 "특히 서구적 개념에서 이원적으로 나눠놓은 틀과 경계를 없애는 것이 강서경 작품의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이달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리움미술관의 M2 전시장과 로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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