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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성곽마을, ‘노후 거주지’ 굴레 벗고 민·관 협력 도시재생 모범으로

한양도성 성곽마을, ‘노후 거주지’ 굴레 벗고 민·관 협력 도시재생 모범으로

기사승인 2021. 03.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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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양도성 둘러싼 22개 성곽마을 주거환경 개선
6년간 꾸준한 개선사업으로 주민 생활기반 앵커시설 조성
다산 담소정 공유부엌
한양도성 남산구간에 위치한 다산 성곽마을의 ‘담소정’ 공유부엌에서 주민들이 만든 음식을 나누고 있다. 담소정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로 지역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조리한 음식으로 취약계층의 식사를 지원하는 지역 복지지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제공=서울시
1396년 조선의 도읍이었던 한양을 지키는 성곽으로 세워진 한양도성. 6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온 한양도성과 한양도성을 둘러싼 성곽마을은 저마다 각자의 특색을 지니며 조선 한양과 현대 서울의 역사를 잇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학문 연구의 중심지였던 성균관이 자리한 명륜동, 왕가와 귀족들의 별서터가 있었던 부암동 모두 성곽마을이다. 하지만 6·25전쟁 이후 마구잡이로 진행된 난개발로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과 구릉지라는 지형적 문제점으로 인해, 성곽의 역사성보다는 ‘살기 불편한 동네’라는 선입견이 먼저 보이는 곳이 성곽마을이기도 했다.

22개 성곽마을에 4만5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고 오래된 도로망으로 인해 마을버스조차 운행되지 않는 지역, 서울시민의 주 난방수단인 도시가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지역도 있었다.

그러나 한양도성이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재되며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는 2014년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보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고, 9개 권역 22개 마을을 계획대상지로 지정했다.

충신연극인공유센터
한양도성 성곽마을 충신동에 위치한 충신연극인공유센터. 열악한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서울연극인에게 일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해 안정적인 주거생활과 활발한 예술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제공=서울시
서울시는 각 성곽마을이 특색 있는 주거지가 될 수 있도록 4개 과제 12개 실천 전략사업을 통해 성곽마을의 주거여건 개선을 추진중이다. 지난해까지 22개 성곽마을 중 18개 마을이 재생계획을 수립했고, 대부분의 마을이 공공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빈집·낡은 주거지 매입…앵커시설 조성

서울시는 그간 성곽마을 재생과제 해결을 위해 빈집이나 낡은 주거지를 매입해 마을특성을 고려한 기반시설이 될 앵커시설을 조성해왔다. 이렇게 마련된 성곽마을의 앵커시설은 성곽마을의 가치를 공유하고, 성곽마을의 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지역경제기반을 형성하는 거점으로의 기능을 가진다.

성곽마을의 앵커시설은 성곽마을의 특성상 경사로나 계단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편리한 입지를 가지기 어렵고 토지면적이 작아 시설의 규모도 작지만, 재생계획 수립 과정에서 각 마을 공동체와 계획의 특성이 반영돼 개성있는 시설들로 구성돼 있다.

성곽마을 앵커시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각 마을 주민공동체운영회가 운영하는 ‘주민공동이용시설’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재생특성과 주민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거점시설’이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은 단순히 주민사랑방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는다. 시민 모두를 위한 휴식공간인 쌈지공원, 편리한 접근을 위한 주차장, 공유공간을 가진 ‘두레주택’ 같은 생활기반시설로 조성돼 있다. 또 ‘지역거점시설’로는 도시농업지원센터, 연극인공유센터, 공유부엌, 전시장, 레지던시 등 각 마을의 재생특성을 지원하는 기능을 가진 다양한 앵커시설이 조성돼 있다.

◇재생계획 성공 위해 주민자치 역량 강화 필요

앵커시설 조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각 성곽마을의 재생이 운영관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앵커시설의 운영도 각 성곽마을에 조성된 주민조직, 주민공동체운영회의 몫이 됐다. 재생계획은 시에서 수립했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는 성곽마을 거주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곽마을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 당시부터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의 구성과 성곽마을 가치공유 및 공동체활성화를 지원해왔다.

2014년 6월 첫 모임을 가진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는 매월 서로 마을 소식을 공유하고, 함께 성곽마을의 미래를 고민하며 50회가 넘도록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하나의 목소리로 성곽마을의 주거지 재생관리와 성곽마을 마을경제 창출, 성곽마을 지원체계 구축을 외친 ‘성곽마을 주민선언’이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7월 각 성곽마을에서 30명의 조합원이 모여 ‘한양도성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성곽사협)’을 창립했다.

성곽사협은 2019년 12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가를 받았고, 2020년 2월 등기, 3월 사업자등록을 마쳐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의 사업활동 조직으로서의 준비를 마쳤다. 이후 각 마을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양도성과 성곽마을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주·야간 탐방과 축제 탐방을 기획해 운영했고, 코로나19 상황 가운데에도 대시민 랜선탐방 등을 주로 하는 가치공유 축제 ‘성곽마을 주민한마당’도 진행했다. 또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의 소식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성곽마을 소식지와 계간지를 발행하고, 온라인 도서전을 운영하는 아카이브 사업도 진행했다.

올해 2월 첫 정기총회를 가진 성곽사협은 작년 활동을 바탕으로 좀 더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전략기획’, ‘아카이빙’, ‘앵커운영’, ‘축제·탐방’, ‘교육·의제’, ‘행정·회계’ 등 6개 분과를 만들고 각 성곽마을 대표가 책임이사가 되기로 했다. 또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각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운영될 수 있도록 ‘앵커시설’을 매개로 하는 통합사업을 구상했다.

◇완숙단계 돌입…통합적 운영지원 방안 모색

꾸준한 서울시의 인프라 조성 노력과 주민들의 자치역량 향상으로 성곽마을 재생사업은 이제 완숙단계에 접어들었다. 2020년 성곽사협과 서울시는 각 마을에서 앵커시설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운영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성곽사협과 서울시는 운영인력 확대, 공간이용자 모집 및 홍보, 가치공유 및 운영프로그램 기획, 운영매뉴얼 마련 등 주민들이 어렵게 느끼는 부분을 보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운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간운영 실무와 관련한 역량강화 교육 외, 봉사자 지원체계, 공간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매뉴얼을 마련했다. 또 성곽사협과 각 성곽마을이 함께 앵커시설을 운영하는 경험과 사례를 만들기 위해 주민공동이용시설과 지역거점시설의 시범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 관계자는 “성곽마을은 과거 성곽 복원·보존 중심의 규제로 주민들의 불편함이 상당했다”며 “서울시와 시민 협동조합의 협력으로 성곽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마을의 주거여건을 성공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과 주민들의 가치공유를 기반으로 한양도성과 상생하는 성곽마을 재생을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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