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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24] 할머니 유언에 日대신 韓국적… ‘독립운동가 후손’의 값진 銀

[파리 2024] 할머니 유언에 日대신 韓국적… ‘독립운동가 후손’의 값진 銀

기사승인 2024. 07.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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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유도 57㎏급 허미미의 첫 올림픽
위장공격 석연찮은 판정에도 승복
2021년 국적 취득후 유도간판 우뚝
"4년 뒤엔 애국가 꼭 부르고 싶어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대한민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석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허미미는 연장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허무하게 반칙패했다. 허미미와 데구치는 각각 지도 2개씩 받은 상황에서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연장 2분 15초께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 기술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다시 반대쪽 메치기에 들어갔다. 수세적이던 데구치는 뒤로 물러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이 순간 심판은 허미미가 실제 공격 의도가 없는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지도를 줬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주는 갓과 사뭇 다른 장면이었다. 지도 3개가 누적되면 패하는 유도에서 중요한 승부가 결국 심판의 판단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 두 선수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한국 벤치는 거세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단순히 오심 논란을 떠나 현행 유도 경기 규정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위장 공격'과 '지도 3회 누적 시 판정패' 규정은 가뜩이나 유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데구치조차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장 공격'에 대한 모호한 판정 기준을 에둘러 지적했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도복을 입게 됐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명문 와세다대학교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한 허미미는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2021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해 최근 2년간 국제대회에서 8차례나 우승할 만큼 한국 유도 간판으로 우뚝 섰다. 특히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여자유도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정보경(은메달·48kg) 이후 8년 만에 따낸 메달이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지만 허미미는 의연했다. 경기 후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까지 올라가 정말 행복했다"며 "메달을 딴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고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애국가를) 못 불러서 아쉽고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며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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