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양극화 심화…상반기 서울 0.55% 오를 때 지방 0.96% ‘뚝’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이 시간이 지나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0.55% 상승했지만, 지방은 1%가까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0.55% 올랐다.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전국 기준 아파트값은 0.65% 하락했다. 특히 지방이 0.96%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며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값이 오른 광역 지자체는 △서울·강원(0.50%) △인천(0.21%) △전북(0.04%) 4곳 뿐이었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일부 지역만 올랐을 뿐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벨트로 주목받은 용인시 처인구(0.01%), 정비사업이 많은 수원시(0.05%), 김포시(0.34%) 등만 올랐을 뿐 전반적으로 작년 말보다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특히 입주 물량이 적체되고 있는 세종시는 올해 상반기에만 4.85% 아파트값이 떨어지며 전국 지자체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여전히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도 올해 상반기에만 2.56% 하락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상반기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성동구였다. 1.82%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정비사업이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용산구가 1.52%, 마포구가 1.43% 오르는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마용성' 지역의 강세가 상반기 두드러졌다.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유입이 많은 광진구가 1.23% 올랐고,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호재가 있는 영등포구가 0.88% 상승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가 상반기 1.47% 올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초구 1.25%, 강남구 0.80%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노도강' 지역의 약세는 두드러졌다. 도봉구는 0.81% 하락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또 강북구 0.48%, 노원구 0.45%씩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이어 △구로구 0.14% △금천구 0.07% △관악구 0.06%도 각각 떨어지는 등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지역도 일제히 하락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빅데이터연구소장은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정치권의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의 움직임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 결과적으로 인기 지역들은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싼 매물 위주로 거래되며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관련해 가격이 오르는 곳만 오르고 있는 국지적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지방까지 오름세가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된 정부의 대책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 옥죄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9월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고 공사비·분양가 상승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상승 기류를 탄 아파트값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 상황이 다르고 동일 지역 내에서도 가격 차이를 보이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지역·상품별로 차별화된 대응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