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식 온기 대표1 | 0 | 조현식 온기 대표가 3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온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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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우울감 지속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조현식 온기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청년뿐 아니라 청소년, 성년 우울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우울감이 커지면 삶을 비관하게 되기에 일상에서 우울감을 완화를 돕는 온기우편함을 전국에 두는 것이 온기의 목표"라고 했다.
조 대표는 최근 청년의 고민 양상이 다르다고 했다. 조 대표는 "2017년에는 취업을 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이 높아 힘들다는 내용의 고민이 주를 이뤘다"면서 "지금은 취업 실패 좌절보다는 고립·은둔·무기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일상 속 우울감 지속 해소라는 목표를 위해 '온기우편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연 글을 접수해 손 편지로 공감의 답장을 보내는 일이다. 조 대표는 온기우편함 사업의 필요성을 '일상'이라는 열쇳말로 설명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해방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온기우편함의 시작이었다.
2017년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온기우편함 도면을 들고 목공소를 찾았다.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역 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털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돌담길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했다. 조 대표는 "첫 주에만 70통의 편지가 들어왔다"며 "사람들이 이토록 공감을 필요해 하는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 조현식 온기 대표2 | 0 | 조현식 온기 대표가 2017년 2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돌담길에 제작·설치한 '온기우편함' 도면을 가리키며 온기우편함을 설명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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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해주는 온기우체부들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원칙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을 것 △온기우체부가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공감을 전할 것 △한 번에 하나의 편지에만 집중할 것 등이다. 조 대표는 "매주 진로에 관한 고민 글에 손으로 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온기 사업을 펼치며 겪은 우여곡절이 사연자인 '온기'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조 대표의 지인들은 사업을 지지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이고 앞날이 걱정되는 사업에 부모님께서 반대했다"고 했다. 조 대표 역시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조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 남들은 커리어를 쌓느라 바쁘던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방황했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니 제가 많이 뒤쳐져 있는 것 같아 위축됐다"며 사업 초기를 회상했다.
2019년 사업 3년 차가 됐을 때 조 대표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조 대표는 "당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온기 사업을 꼭 하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사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IT 회사에 입사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서 일한 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온기우체부들과 모임을 하고 편지를 썼다. 주말에도 5시간 동안 편지를 작성하는 일을 2년 가까이 진행했다.
| 온기우편함 | 0 | 서울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 설치된 온기우편함. /반영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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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온기우체부로 함께 활동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2020년 결혼했다. 조 대표는 "아내에게 IT 회사를 그만두고 온기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아내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며 "온기우체부 활동을 한 아내가 '온기 일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라'고 말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2021년 3월 IT 회사를 그만둔 뒤 같은 해 6월 온기의 법인 등록을 마쳤다. 온기는 2021년 말 CGC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CGV 내 21개 극장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했고 현재는 66곳까지 늘렸다.
조 대표는 전국 200곳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경찰서·소방서가 모든 지역에 있는 것처럼 온기우편함도 동네를 거닐다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국민 우울감이 커져 일상에서 속마음을 터놓을 창구가 많아야 한다는 취지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의 효과를 인식하고 온기우체부로 활동하길 기대하고 있다. 온기와 파트너십을 맺은 보험회사에서 임직원이 함께 손 편지 답장을 쓰는 온기우체부 활동을 지원해 도움이 되고 있다. 조 대표는 "사회에 만연한 우울감 지속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여러 기관과 기업이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