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등 과실수 수확량도 영향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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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시아투데이와 전화인터뷰를 한 추갑철 경상국립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석좌교수는 "올봄 벚나무의 어슬픈 개화는 기후 위기의 결과물이다. 과실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산림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 벚꽃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제 식민치하의 산물이기도 한 벚나무는 보통 3월 말 꽃망울을 터트려 7일 정도 만개했다가 잎이 흩날리며 절정을 이루는 관상수다.
하지만 올해는 2월과 3월 장기간 진행된 저온 현상과 강수량의 증가로 머금기만 한 꽃망울은 만개하지 못했고, 만개해야 할 시기에 경남지역에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피는 듯, 지는 듯 사라졌다. 특히 벚꽃잎의 낙화가 모두 끝나기 전에 잎이 나기 시작해 연분홍 벚꽃잎과 초록의 잎이 나뭇가지에 공존하면서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진해 군항제, 하동 쌍계사 십리 벚꽃길 축제 등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봄 축제는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해 꽃봉오리 축제로 전락했고, 군항제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한 통영 봉숫골과 사천 선진리성 벚꽃 축제 기간 벚나무도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예년 모습은 아니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늘어난 배출 탄소량은 기후변화를 야기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온도는 해마다 높아만 가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 사과도 결국,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예년과 다른 올해 벚꽃의 개화와 만개하지 못하고 떨어지기에 급했던 벚꽃망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벚나무는 관상수일 뿐이지만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올봄 기후는 사과, 배, 감 등 과실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갑철 교수는 지난해 가을, 올해 벚꽃의 개화가 예전같이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추 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벚나무의 조기 낙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벚나무 조기 낙엽 현상은 강수일 증가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광합성 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 봄에는 아름다운 벚꽃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예상했다.
올해 벚꽃은 추 교수의 예상이 적중했고 상춘객과 시민에 실망감만 안겼다.
추 교수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장기적으로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산림에 대한 예찰과 방재를 강화하고 새로운 품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 교수는 "올봄 벚나무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가"라며 "새로운 품종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지만 우선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문가들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 하고 방재와 예찰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