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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도 넘은 ‘체리피커’에 근심 깊은 카드업계

[취재후일담] 도 넘은 ‘체리피커’에 근심 깊은 카드업계

기사승인 2024. 01. 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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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금융증권부 오경희
최근 카드업계가 도 넘은 '체리피커' 탓에 근심이 깊습니다. 케이크(신용카드) 위의 체리(혜택)만 쏙 빼먹는 얌체 고객들의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서죠. 쪼개기 반복 결제를 통한 포인트 적립 수준을 넘어 조직적 위법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골머리를 앓는 곳은 신한카드입니다. 일부 체리피커가 2020년 11월 출시한 더모아카드의 혜택을 부당한 방식으로 취하면서 큰 손실을 보고 있어서죠. 이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 잔돈은 포인트로 돌려주는데, 이를 악용해 5999원씩 나눠서 반복 결제해 999원씩 돌려받았습니다.

결국 신한카드는 출시 1년 만에 발급을 중단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수준을 넘어 위법성이 짙은 무리한 체리피킹이 속출하고 있어서죠. 일례로 온라인 허위 가맹점을 여럿 만들어 기존 카드 고객을 모은 뒤 포인트를 부정수급한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신한카드뿐만 아닙니다. 몇년 전 NH농협카드의 'NH올원 시럽카드'도 출시 6개월 만에 단종됐습니다.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10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자 체리피커들이 몰렸고,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부당한 체리피커들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골고루 돌아가야 할 혜택이 특정 고객에게 쏠리거나, 위법 행위에 따른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혜택을 확대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카드 설계의 허점을 노린 체리피커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기존 정책과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드 설계때부터 소비자를 참여시켜 악용 소지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가서비스를 악용한 범법 행위에도 사기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범용성 등을 금융·정책당국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응은 다소 미온적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신한카드와 관련해선 약관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나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또 카드 부정사용의 경우 보험사기대응단과 같은 전담조직이나 시스템이 사실상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날로 교묘해지는 체리피커들의 위법을 방치한다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합니다. 카드 부정 사용을 근절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제도 개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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