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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보장 제도가 나아갈 길”…서울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개최

“소득 보장 제도가 나아갈 길”…서울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개최

기사승인 2023. 12.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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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서울 DDP 아트홀 2관서 개최
오세훈 서울시장, 전문가와 안심소득 논의
시 안심소득 시범사업 중간 조사 결과 발표
해외 소득 보장 정책 실험 사례 공유하기도
[포토]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개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복지정책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 안심소득은 현행 복지제도에서 지원받지 못했던 가구까지 폭넓게 챙기는 동시에 근로의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개최하고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7월 첫 급여를 받은 중위소득 50% 이하 1단계 시범 대상 484가구(비교집단 1039가구)의 10개월간 생활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으로 설계됐다.

[포토]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환영사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국내 최초 정책실험 '안심소득'…1차 시범사업 성과는?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이 나타났다.

우선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받은 가구는 222가구(45.9%), 지원받지 못하는 가구는 262(54.1%)가구였다. 안심소득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보다 저소득층을 더 폭넓게 지원한 셈이다.

또 1단계 시범사업 지원 가구 중 104가구(21.8%)는 지난달 기준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23가구(4.8%)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는 안심소득을 받지 않고 있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이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는 56가구(11.7%)로 집계됐다.

삶의 질에도 긍정적 변화가 확인됐다. 식료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도 비교집단 대비 각각 12.4%, 30.8%, 18.6% 증가했다. 자존감·우울감·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표준화 점수도 비교집단 대비 14.6%, 16.4%, 18.1% 개선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안심소득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고, 소득이 늘어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복지제도 대비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자원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안심소득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아 인적 자본 축적이 이뤄지는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신체·정신 건강은 노동시장 참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다만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면 시범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토] 기조연설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뒤플로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저소득층에게 선별적 지원 필요"…뒤플로 교수, 안심소득 필요성 강조

오 시장은 이날 포럼에 앞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특별대담을 가졌다.

뒤플로 교수는 2003년 빈곤퇴치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20년간 40여 개 빈곤국을 찾아다니며 2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많이 양극화돼 있고, 정치적 양극화의 바탕에는 경제적 양극화가 굉장히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치적 양극화 해소는 경제적 양극화의 해소로부터 상당 부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뒤플로 교수는 한국과 같이 정확한 데이터와 충분한 통계를 가진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안심소득과 같은 선별적 기본소득 방식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뒤플로 교수는 "(복지제도)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면 대상이 된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데, 서울 안심소득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에게 바로 수급되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그들이 게을러진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실제 연구 결과 넉넉한 지원을 해도 노동 공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뒤플로 교수는 오 시장에게 안심소득 실험이 성공하면 어떻게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인지 묻기도 했다. 이에 오 시장은 "1년 뒤 실험이 끝나고 전국으로 확산될 가치가 충분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가 있을 텐데, 어느당 후보든 성공적인 실험을 대선 공약화하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며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두터워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재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전국적 확산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포토]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 발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정재훈 기자
◇해외 소득 보장 및 정책실험 사례 공유

오후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해외 소득 보장 및 정책실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소득 보장 제도 발전을 위해 추진하거나 예정 중인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미국 시카고 가족지원서비스부 마크 샌더스 부국장이 발표자로 나서 '복원력 있는 시카고 지역사회 시범사업' 실험 사례를 소개했다.

마크 부국장은 "시카고는 연방 빈곤선이 250% 이하인 가정을 대상으로 월 500달러(약 65만원)를 지원했다"며 "면제 및 보호 혜택 제도를 도입해 다른 공공 보증 프로그램과 함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걱정을 덜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경우가 있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고충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애론 스트라우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프로젝트 매니저는 LA 보장소득 시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8세 이상 시민들에게 조건을 두지 않고 1년동안 월 1000달러(월 130만원)를 제공해 유색 인종의 빈곤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스탠포드대 션 클라인 소장이 '조건 없이 현금을 지원하는 현대 실험'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각국에서 펼쳐진 소득보장 정책의 특징을 비교하고, 1970년대 이후 소득보장 실험의 전반적인 흐름을 나열했다.

한편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은 21일까지 이어진다. 포럼 2일차 특별세션에서는 소득 보장 정책실험에 관심 있는 도시·연구기관이 모여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 협약을 체결한다.

시의 주도로 진행된 협약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격차 및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사됐다. 이와 함께 '소득 격차 및 빈곤 완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오 시장은 "시는 복지 시스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된 사항을 반영해 성공적인 분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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