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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부통제 실패에도…우리금융 임종룡 ‘봐주기 인사’ 논란

[단독] 내부통제 실패에도…우리금융 임종룡 ‘봐주기 인사’ 논란

기사승인 2024. 08.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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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준법감시인 박구진 부행장
징계없이 은행 내 신설보직으로 이동
내부에선 "이례적 인사… 영전한 셈"
공석엔 횡령사고 책임있는 인사 앉혀

우리금융그룹이 180억원 횡령사고와 350억원 부정대출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박구진 부행장과 전재화 부행장이 내부 징계나 감봉 등 불이익이 없이 보직 변경 인사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을 위기로 몰아넣고,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리는 잇단 금융사고는 임종룡 회장<사진>의 봐주기 인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흡한 내부통제로 인해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졌음에도 임 회장은 '자기 사람 봐주기 인사'와 '사태 축소'에 급급해 그룹 내·외부에서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아시아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에서 180억원 횡령사고가 발생할 당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 준수여부를 점검하는 등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인 박구진 부행장에 대한 그룹과 은행 차원의 징계는 없었다. 횡령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과 영업본부장, 내부통제지점장 등을 후선 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위 말단 직원에 대한 꼬리 자르기식 인사만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5일 박구진 부행장이 횡령사고와 관련해 징계가 아닌 자진 사임하는 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우리은행은 IT그룹 산하에 IT 데이터솔루션 액트(ACT)라는 원래 은행에 없던 조직을 신설하면서까지 박 부행장을 챙겼다. IT 데이터솔루션 액트는 데이터센터의 최적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인데, 내부통제에 실패해 물러난 박 부행장에게 중요한 보직을 다시 맡긴 것이다. 우리금융 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래 준법감시인은 금융사고가 터졌을 경우 내부통제 부실을 물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책임이 적지 않은 자리"였다며 "이번 180억원대 횡령 사고에도 준법감시인에 대한 감봉이나 대기발령 등 이렇다 할 징계 없이 자진사퇴 후 신설 보직으로 인사 이동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또 임종룡 회장은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에는 그룹 준법감시인이었던 전재화 부사장을 선임하는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 그룹 준법감시인은 자회사의 법규 준수결과와 위반 사실을 보고받는 자리인 만큼 우리은행 횡령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한마디로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막는 조삼모사식 인사 파행을 지속했다.

이를 두고 우리금융 내·외부에선 임종룡 회장의 제 식구 감싸기이자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 전·현직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의 인사를 담당하는 이해광 상무(경영지원부문)와 우리은행 HR그룹장인 이명수 부행장, 각각 그룹과 은행 준법감시인이었던 전재화 부행장과 박구진 부행장, 그리고 브랜드홍보그룹을 총괄하는 장광익 부행장은 임종룡 회장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해광 상무와 장광익 부행장은 임 회장과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이고, 박구진 부행장과 이해광 상무는 우리은행 중국법인에서 같이 근무해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이명수 부행장과 박구진 부행장, 이해광 상무 모두 부산 대동고 동문으로 전해진다. 즉 서로 학연, 지연, 직장연 등으로 엮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인사 파국이 벌어진 셈이다.


우리금융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 준법감시인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더 편한 자리로 가게 돼, 그룹 내부에선 오히려 영전한 게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는 상황"이라며 "그룹 준법감시인도 책임이 있는데, 은행 준법감시인을 맡긴 것도 문제가 있는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을 총괄하던 윤석모 부행장은 특별한 문책 사유가 있던 게 아니라 글로벌 부문 실적 개선이 미진했다는 이유로 정기 인사 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지난 3월 교체됐다. 이를 두고도 우리금융 내에서는 임종룡 회장의 인사 전횡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윤 부행장은 현재 아무런 보직을 받지 못한 채 HR그룹 조사역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임원 인사는 지주와 협의하게 돼 있다"며 "이번 준법감시인 인사와 글로벌그룹장 교체 역시 임종룡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분열과 반복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임 회장 역시 제 식구 감싸기 인사 등 구태의연한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봐주기 인사는 결국 우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된 원인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측은 "사고가 있었던 은행의 준법감시인이 해당직을 사임한 것으로, 준법담당임원이 전산센터 관련 명목뿐인 보직을 맡은 것은 봐주기인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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