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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중대장, 훈련병 유가족에게 “선착순 안시켰다”

‘얼차려 사망’ 중대장, 훈련병 유가족에게 “선착순 안시켰다”

기사승인 2024. 07. 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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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유족·중대장 간 녹취 공개
"중대장 거짓말, 박 훈련병 사망에 큰 요인"
"반드시 중형으로 벌해야 할 것"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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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박태인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 유가족과 중대장 간 이뤄진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박주연 기자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27·대위)이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태인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 유가족과 중대장 간 이뤄진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해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박 훈련병이 사망하기 전이다.

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중대장은 박 훈련병에게 연병장을 몇 바퀴 돌게 했느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세 바퀴였다"며 "두 바퀴를 돌다가 세 바퀴 돌 때쯤 쓰러졌다"고 답했다.

유가족이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냐는 질문에 중대장은 "아니다"라며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라고 얘기했다. 속도 같은 거 통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박 훈련병의 신체 상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 걸음 1바퀴, 팔굽혀펴기와 뜀 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5월 24일의 거짓말은 중대장이 사건 발생 이후 사고 상황을 어떤 식으로 진술하고 다녔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며 "중대장의 이러한 거짓말은 소대장이나 군의관에게 똑같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중대장의 거짓말이 의료인들 판단에 혼선을 주기에 충분하고, 헬기를 띄우지 않는 등 후송 조치가 안일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는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해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라며 "이어진 왜곡된 상황 전달로 의료인들은 박 훈련병이 과도한 신체활동으로 열사병이 발생했다기보다는 날씨가 더워서 쓰러졌다고 오인할 여지를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처럼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들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며 "반드시 중형으로 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장(27·대위)과 부중대장(25·중위)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하면서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로 지난 15일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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