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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직장 등 여름인데 두터운 외투 즐비…‘냉방병’ 위협 커져

카페·직장 등 여름인데 두터운 외투 즐비…‘냉방병’ 위협 커져

기사승인 2024. 07. 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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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하루 환자 반 이상 냉방병"
한여름이지만 의류매장에 외투 가득 해
"실내외 온도차 5도 미만으로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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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디지털 체온계를 들고 환자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서윤 기자
22일 오후 2시께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A 이비인후과 의원은 감기로 내원한 환자 7명이 대기 중이었다. 간호조무사는 대기 환자들의 귀에 일일이 체온계를 꼽고 열이 나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A 의원 대표원장 김모씨는 "하루 평균 진료하는 120여 명 환자 중 절반, 60여 명이 소위 말하는 '냉방병' 증세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올 여름 고온다습한 날씨 속 카페나 직장 등 냉방기를 가동 중인 공간에서 냉방병에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바깥에 비해 온도가 크게 낮아진 실내에 오래 머무르며 발생하는 냉방병은 두통·근육통·소화불량 등 증세뿐 아니라 발열·기침·몸살을 동반한 심한 감기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A 의원 아래 층에 있는 약국도 약 처방을 기다리는 환자 4~5명으로 가득차있었다. 그중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기침소리를 내는 고모씨(69)도 있었다. 고씨는 "카페·식당·지하철 어딜 가나 에어컨 바람이 강해 항상 외투를 들고 다닌다"며 "하루는 외투를 깜박해 반팔 차림으로 추운 데 종일 있었더니 감기에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수년 전 이미 무색해졌다"며 "매년 여름철마다 감기를 한 번씩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곧이어 같은 약국으로 들어온 김모씨(29·여)도 마스크 안에서 콧물을 훌쩍이는 중이었다. 약국 인근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는 김씨는 "온종일 추운 실내에서 일하다 보니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도 열이 나거나 콧물을 흘리더니 하나 둘 결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이들이 활동적이라 더위를 많이 타 에어컨도 항상 켠다"며 "반면 아이들은 감기 등 감염에 취약해 크게 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앞서 오전 11시께 서울 광화문 일대의 바깥 온도가 28도에 달했음에도 인근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은 한기로 가득했다.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차지한 이 카페의 냉방기 설정온도는 최저온도인 18도였다. 카페 점원은 "요즘 아침부터 날이 더워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마감하는 오후 10시까지 내내 에어컨을 켜둔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카페 3층의 손님 3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이 긴 소매 셔츠 차림을 하거나 카디건 등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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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에 외투를 걸치거나 긴 소매 차림을 한 손님들이 앉아 있다. 이때 바깥 온도는 30도였으나 매장 내 냉방장치 희망온도는 최저온도인 18도로 설정돼있었다. /김서윤 기자
카페 한쪽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김하나씨(24·여)도 카디건 차림이었다. 김씨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하루종일 카페에 앉아 있는 편"이라며 "매일 추위를 느껴 최근 카디건을 새로 장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요즘 여성 의류 매장에 가보면 카디건이나 얇은 자켓과 같은 여름용 외투가 많이 진열돼있다"며 "다들 에어컨 바람 가득한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하나씩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냉방병을 피하려면 과도한 냉방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조언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에 오래 머무르면 기도 등 호흡기가 전체적으로 건조해지고 콧물 등 체내 점액이 감소해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에 취약진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한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면 체온 조절을 하는 자율 신경계 등에 이상이 생겨 소화불량, 피로감 등도 느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냉방기 가동 시 실내외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벼운 외투로 맨살에 찬 공기가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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