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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브리튼과 전쟁 이야기할 것”

‘박사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브리튼과 전쟁 이야기할 것”

기사승인 2023. 10. 3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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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힉엣눙크!페스티벌'서 인문학 강의와 콘서트 선보여
이안 보스트리지 Credit Warner Classics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로 불리는 이안 보스트리지(59)가 인문학 강의와 콘서트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보스트리지는 다음 달 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6회 힉엣눙크!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강연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 무대에 선다.

그는 본인의 솔로 앨범으로 그래미상 본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음악상들을 휩쓸고 대영제국훈장 수훈에 빛나는 영국의 국가대표 테너다. 그런데 성악가가 되기 전 역사학자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한 독특한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옥스퍼드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풀어놓는다.

보스트리지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강연은 원래 2020년 힉엣눙크!페스티벌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변경됐다"며 "강연을 통해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 브리튼은 20세기 전체를 조망하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담아냈다"며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보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만 귀띔하겠다"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강연에 이어 11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콘서트를 갖는다.

그간 한국에서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 바로크 시대 아리아 등을 주로 연주했던 그는 이번 무대에서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9개의 산문시에 브리튼이 곡을 붙인 작품이다.

보스트리지는 "브리튼은 성악 작곡에 능했고 언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일뤼미나시옹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랭보를 조명한다"며 "가사를 사전에 읽고 오면 그 소리와 뜻을 결합해서 좀더 재밌는 감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작품에 관해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하고 관능적이고 재밌으면서 어둡기도 하다. 인간사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규모가 큰 음악이지만 슈베르트나 슈만 못지않게 세세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시간 여러 단체들과 이 곡을 연주했는데 해석은 매 연주마다 달랐다. 예전보다 내 목소리가 더 어둡고 커졌는데 그런 점이 음악에도 변화를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안 보스트리지 2 Credit Warner Classics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보스트리지는 2018/19 시즌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첫 번째 상주예술가로 활동하는 등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의 음악적 능력은 전 세계 무대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음악에 목말라하고 열광하는 젊은 층으로 가득한 청중은 없다"며 "작년 롯데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를 공연했는데 관객들이 슈베르트 작품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보스트리지는 가수로서의 삶 외에도 저서 집필이나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야스차 뭉크의 '정체성의 함정',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로빈 홀로웨이의 음악에 관한 에세이들을 읽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찾아 무대에 올리고 관심 있는 주제로 글 쓰는 일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힉엣눙크!페스티벌은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축제로, 해마다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21세기 현재의 시대 정신을 반영해왔다. 힉엣눙크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올해 축제는 예술의전당과 JCC아트센터,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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