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韓은 학폭소송 중④] 국내 유일 학폭치유기관 해맑음센터 …“제2 인생 찾아줬어요”

[韓은 학폭소송 중④] 국내 유일 학폭치유기관 해맑음센터 …“제2 인생 찾아줬어요”

기사승인 2023. 09. 26. 16: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존 대전 시설 안전문제로 충북 영동에 임시 재개소
조정실 센터장 "학폭 피해자 위한 시설 확충 절실"
KakaoTalk_20230926_105105689_11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 '해맑음센터' 전경./박세영 기자
"해맑음센터는 제 자신을 다시 찾고, 제 2의 인생을 살게 했어요."

전국유일의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인 '해맑음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9일 대전역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해맑음센터는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끝자락에 임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료생들도 모였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수료생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의 얼굴이 반갑다며 미소지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도 많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많이 아쉬웠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수료 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됐다. 일부 수료를 마친 학생 중에는 사회복지학과로 대학 진학 후 센터로 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사진기술을 배운 수료생 중에는 센터 행사 때 사진 촬영도 도맡고 있다.

2018년 학폭 피해로 해맑음센터에 입소 후 단짝이 됐다는 A양과 B양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절친'이 됐다. A양은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고 무뎌지는 부분도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또 다른 삶이 있고 타인을 통해 치유를 받는다. 센터는 휴식처 같은 곳이라 외부와 차단이 되고,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과 모여있으니 친근감이 들어 서로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아이들…수료생 "졸업하는 기분"
지난해 기준으로 해맑음센터를 수료하고 원적교(학적 변동 이전에 재학했던 학교)로 돌아간 학생은 335명이다. 조정실 해맑음센터 센터장은 "해맑음은 일반적인 센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약 96%의 아이들이 높은 일상으로의 복귀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맑음센터에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2명의 학생이 입교해 생활하고 있다. 센터는 단기 2주별로 입소를 받고있다. 기존 원적교에 적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위탁을 오는 형식으로 최장 1년까지 센터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해맑음센터는 학적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시험기간 동안에는 원적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센터를 찾는 아이들은 학폭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유를 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학폭 피해 학생들은 학교를 거부하거나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해맑음센터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도전이고 또 다른 모험일 수 있다. 때문에 입교 후 초기에는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피해 학생들이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돌본다.

일주일에 한번씩 집단 상담을 통해 아이들은 공통적인 주제를 놓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윤석진 해맑음센터 팀장은 "아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통해 '이런 일이 있을땐 이렇게 풀어가는거야'라고 배우는 시간을 갖게도 한다"고 말했다.

한 수료 학생은 "사제 동행을 통해 다같이 며칠 동안 군산, 남원에 가기도 한다. 분기마다 등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수료식 때는 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관계자들 "학폭 피해자 치유 공간 많아져야" 한 목소리
전국 '유일'이라는 해맑음센터의 타이틀은 한편으로 센터가 사라진다면 피해 가족들과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조 센터장은 "해맑음이 쓰러진다면 (피해 학생들은) 어느 곳에 가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전문제로 기존 대전센터가 문을 닫고 영동에 재개소하면서 학폭 피해 학생들을 위한 대체부지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재 영동 센터 또한 임시시설이다. 수련원을 개조해 만든 임시 시설이 갖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센터 내에 급식시설이 없어 주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기숙사 정원도 기존 30명에서 20명(남 10명·여 10명)으로 줄었다.

개소식 현장에 모인 학폭 피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 공간의 확장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나 학폭 피해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이들은 교육 기관이 밀집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윤 팀장은 "공간은 곧 치유다"며 "치유 공간이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학생들이 피해에 대한 상담이나 치유를 받고 싶을 때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까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교육부가 국가 수준의 치유회복전문기관을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 거기에 대한 믿음이 들진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해 가족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KakaoTalk_20230926_105216190_28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 '해맑음센터' 전경./박세영 기자
KakaoTalk_20230926_105105689_16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 '해맑음센터' 내부./박세영 기자
KakaoTalk_20230926_105216190_23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 '해맑음센터' 상담실 내부./박세영 기자
KakaoTalk_20230926_105105689_23
지난 19일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전문치유기관 '해맑음센터' 개소식에서 조정실 해맑음센터 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박세영 기자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